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최근 삼성전자가 전직 임원에게 '기술 유출' 뒤통수를 맞았다. 이는 잊을만 하면 들려오는 단골 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조금 다르다. 기술 뿐만 아니라 반도체 공장을 그래도 베껴 중국에 복제하려 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날이 갈 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아찔한 소식이기도 하다. 

정부도 나름의 칼을 빼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반도체 경쟁은 산업 전쟁이고, 국가 총력전"이라며 "핵심기술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유출을 방지하는 것 또한 긴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술유출 등 범죄에 대한 양형의 기준을 손보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솜방망이' 처벌으로는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여론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법원의 사법연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총 95명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지만 실형은 받은 사례는 단 6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범죄에 대한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기술을 유출해도 고의성이 없다고 우기면 처벌이 어렵다. 

처벌 수위도 턱없이 낮다. 현재 기술유출 범죄는 ‘영업비밀 침해행위’(해외 유출 기준)는 징역 기본 1년~3년 6개월이다. 그마저도 감경 요소가 있으면 징역 10월~1년6개월에 불과하다. 최근 발생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복제하려 한 범죄 역시 가중 사유를 반영했을 때의 최대 형량은 6년이다.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TSMC가 속해있는 대만은 기술 유출 범죄를 ‘간첩죄’로 간주해 더욱 무거운 형벌을 내린다. 국가 핵심 기술을 중국 등 해외에 유출하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을 받는다. 벌금은 대만달러 500만 위안 이상 1억 위안(42억원) 이하 등이다.

미국 역시 ‘경제 스파이법’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되면 간첩죄 수준으로 처벌한다. 피해액에 따라 징역 30년형 이상까지도 가능하다. 벌금은 최대 500만 달러(약 65억 원)다. 

산업기술의 국외 유출은 '국부(國富) 유출'이다. 이는 사익을 위해 국익을 팔아 넘기는 현대판 매국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단순 일개 기업의 기술력이 넘어간 것이 아니다. 국민경제 발전, 국가 안전보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사법부는 이 점을 인식하고 처벌의 수위를 대폭 강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