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이른바 '단통법'. 이용자 차별을 막고 통신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법이다. 9년간 이어져 왔지만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통신사들의 자유 경쟁이 아닌 담합을 유도해 다 같이 비싸게 사는 '악법' 논란이 일었고 오늘날의 자유시장 경제에 부합하지 않는 후진적인 법안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단통법을 폐지하는 대신 손보기로 했다. 판매점 지원금을 높여 통신 3사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간 지원금 경쟁을 촉진 시킨다는 구상이다. 준비 중인 방안에는 공시지원금의 15%인 추가지원금 한도를 두 배인 30%로 올리는 것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국민 모두가 단통법이 없어지길 원하는 데 정부는 여전히 기업 눈치만 보고 있다", "단말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정부 관계자들이 실제로 스마트폰을 대리점에서 구매해 봤는지 의문이다" 등 쓴소리를 남겼다.

정부가 폐지 대신 개정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단통법이 국민들 다수가 이용 중인 선택 약정과 얽혀있다는 점에서다. 선택 약정은 요금의 25% 정도를 할인하는 제도로 공시지원금 대신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현재 이 제도를 이용 중인 사용자만 3000만명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은 수긍이 간다.

다만 밀고 있는 단통법 개정안이 소비자 후생 증진에 도움이 될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추가지원금을 두 배로 올린다고 해서 사실상 선택 약정보다 큰 이점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신 스마트폰의 가격은 최소 100~150만원을 호가한다. 이 경우 초기 공시지원금은 낮은 게 대부분이다. 그나마 지원금을 많이 받으려면 6개월~1년 정도 늦게 사라는 말도 나온다. 부득이하게 고가 요금제가 강매되는 선택 약정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렇다면 단말기 제조사들이 달라질까. 역시 공격적인 공시지원금 인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국내 단말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경우 공시지원금을 보조하지 않아 사실상 삼성전자만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단통법은 명백하게 실패한 법이다. 이용자 차별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단통법은 음지에서 횡행하는 '성지'(불법 보조금을 살포하는 단말기 유통 매장)로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냈고, 긍정적인 가격 경쟁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통신 시장은 고착화 돼 오히려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9년이면 문제점에 대해 검증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정부는 이미 그 피해가 국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단통법을 수술대로 올리기로 했다면 보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안이 담겨야 한다. 분리공시제로 통신사와 제조사간의 연결고리를 끊어 투명성을 높이거나 선택 약정 할인율도 대폭 높일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