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금융권 원스톱·비대면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인프라가 개시된 지 이제 한 달이 넘어섰다. 영업점 방문에 따라 기존 1~2영업일이 소요됐던 것과 달리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10~15분 만에 더 낮은 금리와 좋은 조건의 신용대출로 간편하게 갈아탈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세계 최초다.

대환대출 인프라는 출시되기 전 과정부터 그야말로 ‘다사다난’ 그 자체였다. 수수료 문제 등을 둘러싼 은행 등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 등 저마다의 첨예한 이해관계 충돌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업권 간 밥그릇 싸움 문제였다.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플랫폼으로의 종속을 경계한 은행권이 결국 불참을 선언하고 독자적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든다는 구상을 내놓은 데다 제2금융권도 참여를 주저하면서 반쪽 자리로 전락, 동력을 잃은 채 2년여간 표류하며 무산 위기까지 갔다. 당시 심상치 않은 가계대출 증가세에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나선 점도 사업이 흐지부지되는 데 일조했다.

꺼져가던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사업 추진에 다시 불씨가 붙은 건 지난해 말, 올해 초 무렵부터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은행권을 향해 쏟아졌던 ‘이자장사’와 ‘돈 잔치’ 비판 여론과 맞물려 금리 인상기 금융소비자의 이자부담 경감, 은행간 경쟁 촉진의 특명을 띠고 대환대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진통 끝에 당초 계획보다 뒤늦게 세상에 나온 대환대출 인프라는 일단 초반 흥행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3개 금융사와 23개 대출비교플랫폼이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에 참여해 지난 5월 31일부터 운영 중인 가운데 지난달 말까지 딱 한 달간 총 2만6883건, 6684억원의 대출자산 이동이 발생했다.

소비자의 평균 금리인하 폭은 1.6%포인트(p) 수준에 이르며, 이를 통해 현재까지 100억원 이상 연간 대출이자가 절감된 것으로 추정된다. 과정이야 어떻든 출시 초반 이자부담 경감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과거 정부 정책에 따라 처음 한순간 반짝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열기가 시들해진 수많은 사례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이 남아있다.

일단 가장 큰 문제점은 금융사들의 참여가 여전히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압박에 등 떠밀려 시중은행·저축은행·카드사 등 금융사들이 대출비교 플랫폼 입점에 나서긴 했으나 플랫폼 종속, 수수료 문제, 연체율 관리, 고객 이탈 등 각자 저마다의 걱정과 이유를 들어 소극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아직 5대 시중은행이 모두 입점한 대환대출 플랫폼은 카카오페이뿐이다. 플랫폼 한 곳에서 최대한 모든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퍼즐’이 완성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은 떨어지고 한계는 분명해진다.

이에 고금리 시기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혜택을 본 대다수가 고신용자에 쏠려있다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지난 한달간 대환대출을 통한 대출자산 이동의 면면을 살펴보면 1금융권인 은행 간 이동이 90% 이상을 차지하며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이동은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카드사·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참여가 특히 저조했던 데다 1금융권은 40%, 2금융권은 50%로 묶여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의 영향까지 겹쳐 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저신용자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12월까지 신용대출에 국한된 원스톱·비대면 대환대출 대상 범위를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가계대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1000조원 규모의 주담대까지 포함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커질 테다.

이전까지,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빛을 보게 된 대환대출 인프라가 금리 상승기 취약계층을 비롯한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인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아우르는 정부 개선책이 나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