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야스쿠니 신사의 전쟁기념관인 유슈칸(遊就館)에 들어갔다. 1층 전시실에는 가미카제 특공대가 탄 비행기, 고사포, 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다. 1936년형 고사포는 1945년 오키나와 전투 때 사용했다고 적혀 있다. 

 

고사포, 기관차.(사진=김세곤 제공)
고사포, 기관차.(사진=김세곤 제공)
고사포.(사진=김세곤 제공)
고사포.(사진=김세곤 제공)
모델 96(1936년) 15cm 고사포.(사진=김세곤 제공)
모델 96(1936년) 15cm 고사포.(사진=김세곤 제공)
56형 31호 기관차.(사진=김세곤 제공)
56형 31호 기관차.(사진=김세곤 제공)

유슈칸 관람은 1000엔을 내고 들어가는데 적어도 두 시간 이상 걸린다. 필자는 도쿄 여러 곳을 들러야 해서 관람은 포기했다. 유슈칸을 나오면서 책 전시대를 구경했다. 거기엔 '동경재판', '일본 무죄론' 같은 책이 전시되어 있다. 동경재판을 공부할 생각으로 '펄 판사의 일본 무죄론' 책을 580엔 주고 샀다.  

유슈칸 관람 안내.(사진=김세곤 제공)
유슈칸 관람 안내.(사진=김세곤 제공)
전시서적 '동경재판'.(사진=김세곤)
전시서적 '동경재판'.(사진=김세곤)
전시서적 '일본무죄론'.(사진=김세곤)
전시서적 '일본무죄론'.(사진=김세곤 제공)

그러면 동경재판에 대하여 살펴보자. 1945년 8월 15일 패전 후 일본은 연합군 총사령부(GHQ)의 점령하에 놓이게 되었다. 연합군은 직접 통치를 하지 않고 일본 정부가 맥아더 최고사령관의 지령과 권고에 따라 정치를 하는 간접 통치 방식을 택했다.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난 한국이 미국과 소련의 분할 직접 통치하에 놓이게 된 것과 달리 미국이 일본을 간접통치한 것은 당시 미국정부가 직접통치의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더구나 미국은 경험을 통해 일본 사회가 서구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체계와 정서를 가졌기 때문에 그에 적합한 통치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일본 측의 끈질긴 요청과 협상노력도 이 같은 방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아무튼 GHQ는 전후 일본의 사실상의 통치권자로서 1945년 10월부터 1952년 4월 28일까지 6년 반 동안 일본을 통치했다.

점령 초기, 미국의 대일정책의 목표는 일본이 다시는 무모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비군사화'시키는 한편 군국주의가 부활할 수 없도록 사회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민주화'를 시키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GHQ는 태평양전쟁으로 2000만 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간 전쟁주도자들에 대한 처단이 이루어졌다. 1945년 9월부터 12월에 걸쳐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시작으로 전쟁지도자들이 하나씩 체포되었다. 

바로 이 시기에 천황의 전쟁 책임이 외국과 일본 국내에 큰 문제가 되었다. 미국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호주 ·뉴질랜드 ·영국 ·중국 ·소련 등 연합국은 천황을 도쿄 재판의 피고로 체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있었다. 

그런데 1946년 1월에 천황은 스스로 신격을 부정하고 인간 선언을 하였다. 이 선언을 GHQ는 매우 고무적으로 보았고, 일본 통치의 효율성을 위해서 천황을 제소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미국이 일본을 봐준 것이다. 

1946년 1월 19일에 '극동국제군사재판소의 설립에 관한 연합국 최고사령관의 특별성명서'와 '극동국제군사재판소 조례'(총 17조)에 의해 극동군사재판소가 설치되었다.

2월 18일 도쿄재판소는 연합국 최고사령관인 D.맥아더에 의하여 W.F.웹 재판장(오스트레일리아)을 비롯한 10명의 재판관(미국·영국·프랑스·소련·중국·인도·네덜란드·필리핀·뉴질랜드에서 각 1명)과 J.B.키난(미국)을 수석검찰관(首席檢察官)으로 하는 30여 명의 검찰관이 임명됨으로써 발족되었다.

이에 따라 4월 29일 도조 히데키 이하 28명의 피고가 A급 전범자로 정식 기소되어, 5월 3일부터 도쿄의 일본 육군 본부 강당에서 군사법정이 시작되었다. 이후 2년 반 동안 818차례 공판이 열렸고, 재판 기록은 4만8000페이지에 달했다.  

이들의 범죄는 "전쟁 포로와 민간인 억류자의 살인, 신체 훼손, 학대, "군사적인 필요성의 도를 넘은 도시와 촌락의 무절제한 파괴", 그리고 "대량 학살, 강간, 약탈, 도적 행위, 고문, 그 밖의 야만적인 잔혹 행위" 등이었다. 미국 측 수석검사 키난은 피고들을 "살인마들"이라고 단정지었다.

(참고문헌)
o 궈팡 편저 · 송은진 옮김, 역사가 기억하는 1,2차 셰계대전, 도서출판 꾸벅, 2013
o 아메이야 쇼이치 지음 · 유지아 옮김, 점령과 개혁, 어문학사, 2012
o 정혜선, 일본사 다이제스트 100, 가람기획,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