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오후 2시, 호류지 한글판 팜플렛을 챙기고 서원 가람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왼편에 오층탑(일본은 오중탑으로 부른다) 오른편에 금당(金堂 부처를 모신 법당), 가운데에 대강당이 있다. 금당에서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벽화(壁畵)를 볼 생각에 설렌다. 금당과 오층탑을 연거푸 사진 찍고서 광주에서 온 고교 동창과 같이 금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입구엔 촬영금지란 표시가 있다. 금당을 들어가니 직원이 지키고 있어, 몰래 촬영도 할 수 없다. 한 번 휘익 둘러보았는데 호류지 역에서 본 벽화를 찾을 수 없다. 아차하면서 다
3월 6일 오후 2시경, 호류지 서쪽의 삼경당과 서실을 지나서 계단을 올라가니 불당이 하나 나온다. 불당 왼편엔 약사(藥師), 오른편엔 서원당(西円堂)이라고 써진 현판이 있다. 불당 왼편에는 일본어와 영어로 된 '서원당· 약사여래상' 안내판이 있다. 이를 자세히 읽었다. 먼저 서원당이다. “서원당 (가마쿠라(鎌倉)시대(1192-1333) 국보) 서원당은 광명왕후의 어머니인 나치바나 부인의 발원에 의해 교키(행기行基) 보살(668~749)이 718년에 지었다. 현재의 불당은 1270년에 다시 지어졌다. 서원당 중앙에는 일본 최대의 건
3월5일부터 8일까지 3박4일간 일본 오사카·교토·나라 여행을 다녀왔다. 고등학교 동창 4명이 함께 한 패키지 여행이었는데 3월 6일 하루는 자유여행이었다. 자유여행은 오전에는 오사카성 천수각, 오후는 나라현 호류지를 답사했다. 6일 오전 8시반 호텔에서 출발하여 오사카성까지 9시 20분에 오사카성 천수각(입장료 600엔)에 입장하였다. 이번이 세 번째 관람이다. 8층 전망대부터 구경하면서 아래로 내려왔다. 7층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를 자세히 보고 4층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 책자를 1,300엔에 구입하였다. 3층에
“악법도 법이다.”가 소크라테스 명언이라는 단초는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법학부 교수 오다카 도모오(尾高朝雄)가 제공했다. 그는 1937년에 펴낸 『법철학(法哲學)』에서 실정법 사상과 소크라테스를 연결하고 있다. 오다카는 이 책에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은 실정법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고 썼다. 이어서 그는 “소크라테스가 국가의 실정법에 복종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따라야 할 시민의 의무”라고 설파했다.그런데 오다카는 일본의 한국 지배를 정당화하고 징병에 찬성하는 논문을 발표한 ‘반민주적
“악법도 법이다.(惡法도 法이다. 라틴어: Dura lex, sed lex, 영어: It is harsh, but it is the law.)”이 말은 성인(聖人) 소크라테스(BC 470~399)가 독배를 마시면서 한 명언(名言)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소크라테스는 직접 책을 쓴 적이 없기 때문에 소크라테스의 말은 주로 그의 제자 플라톤(BC 427~347)이 전하고 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재판과 죽음을 다룬 플라톤의 책,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어디를 샅샅이 뒤져보아도 “악
이제 소크라테스 죽음의 마지막 장면이다.「“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내 여정에 행운이 함께하게 하기를 신들에게 기도하오니, 부디 내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소크라테스 선생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잔을 입에 대고 태연하고 침착하게 잔을 비우셨어요. 우리는 대부분 그런대로 눈물을 참을 수 있었지만, 그분께서 독약을 마시는 것을, 그리고 마신 것을 보자 더는 눈물을 억누를 수가 없었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억수 같이 내려 얼굴을 감싸고 비통하게 울었어요. 그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동반자를 잃은 나 자신의 불운을 위해서. 한편
파이돈과 에케크라테스와의 대담은 이제 막바지에 이른다. 그러면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장면을 살펴보자. 「소크라테스 선생께서는 일어서서 목욕하러 다른 방으로 가셨어요. 그러자 크리톤께서 우리더러 기다리라고 하더니 그분을 따라가셨지요.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논의된 것에 관해 서로 대화하고 검토하다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재앙이 닥쳤는지에 대하여 주고받았어요. 우리는 말 그대로 아버지를 여의고 여생을 고아로 살아야 하는 것처럼 느꼈으니까요. 그 사이 그분께서 목욕을 끝내자, 그분의 아이들이 그분 곁으로 안내되었어요. 그분에게는 어린 아들 두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와 친구 제자들 간의 대화를 매우 길게 이야기한다. 대화는 주로 영혼과 육신의 관계, 영혼 불멸설 등인데 내용이 너무 어려워 생략하고(플라톤 지음·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 숲, 2017, p 121-244), 혼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말씀만 정리한다. (위 책, p 244-245)“혼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우리 혼과 그 거처가 실제로 그와 같거나 비슷하리라고 믿는 것은 적절하고도 가치있는 모험이라고 생각하네. ... 그러기 때문에 이런 사람은 자신의 혼에 대해 안심할 수 있다네.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의 최후 이야기를 계속한다. 파이돈 : 우리가 감옥에 들어가서 보니, 소크라테스께서는 방금 사슬에서 풀려나셨고,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가 어린 아이를 보듬고 그분 옆에 앉아 있더군요. 크산티페는 우리를 보자 울부짖으며, 여인들이 할 법한 그런 이야기를 늘어 놓았어요. “여보! 소크라테스, 당신 친구들이 당신에게 말을 걸고 당신이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에요.”그러자 소크라테스 선생께서 크리톤을 보며 말했어요. “크리톤, 누가 우리 집사람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게 좋겠어.” 이윽고 크리톤의 하인
에케크라테스와 파이돈의 대화는 계속된다. 에케크라테스 : 그랬군요. 그러면 파이돈, 선생께서는 어떻게 생을 마감하셨나요? 무슨 말씀을 하시고 어떤 행동을 하셨나요? 친구들 가운데 그분 곁에 있었던 이들은 누구누구였나요? 아니면 관원들이 허용하지 않아, 친구들도 없이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하셨나요? 파이돈 : 여러 명이 그분 곁에 있었어요. 에케크라테스 : 그러면 그때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우리에게 정확하게 전해주시면 고맙겠소. 그대에게 혹시 바쁜일이 없다면 말이요.파이돈 : 나는 바쁘지 않으니,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이야기 해 보
플라톤의 대화록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사약을 받고 죽음에 이르게 된 날의 대화록이다. 『파이돈』 서두(序頭)는 피타코라스학파 에케크라테스가 소크라테스의 헌신적인 제자 파이돈에게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에케크라테스 : 파이돈, 소크라테스 선생께서 감옥에서 독약을 마시던 날 그대는 그분 곁에 있었소? 아니면 그때 일을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 들었소?파이돈 : 나는 몸소 그분 곁에 있었어요. 에케크라테스. (파이돈은 그리스 엘리스 출신으로 그가 어렸을 때 엘리스가 멸망당하여 그는 노예 신세로 전락했다. 그는 엄청난 미남이었다고 하는데,
소크라테스는 법률과 문답을 계속한다. 소크라테스 : 그러면 법률이 이렇게 말하겠지. “그렇다면 그대는 강요당하거나 기만당하거나 단기간에 결정하도록 독촉받지도 않고서 우리와 체결한 계약조건과 합의사항을 어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대는 70년 동안 우리가 그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우리 사이의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이 나라를 떠날 수 있었네. 하지만 그대는 이 나라를 떠나지 않았네. 그러니 그대는 지금이라도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그대가 이 나라를 떠남으로써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없을 걸세. 생각해보
개인은 법률에 무조건 복종할 것인가? 아니면 불의한 법률에는 저항할 수 있는가? 소크라테스는 이 문제에 대하여 법률과 문답을 계속한다. 소크라테스 : 법률은 아마 이렇게 말을 이을 걸세. “그렇다면 소크라테스, 만약 우리가 말하는 것이 참이라면, 그대는 지금 우리에게 옳지 못한 짓을 꾀하는 것이네. 우리는 아테네인들에게 자결권을 보장하고 있네. 누가 우리와 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곳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어떤 제재도 하지 않는다네. 그러나 누가 우리의 재판체계와 국정 운영 방식을 보고도 이곳에 머무른다면, 우리는 그가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 우리가 이곳에서 도주할 채비를 하고 있을 때 법률과 국가가 다가와 우리를 막아서며 다음과 같이 묻는다고 가정해보세. “소크라테스, 말해보게. 그대는 무엇을 하려 하는가? 이런 일을 기도함으로써 그대는 있는 힘을 다해 법률과 국가 전체를 파괴할 작정인가? 아니면 그대는 나라의 법정에서 선고된 판결이 아무 효력도 갖지 못하고 개인들에 의해 무효화되고 훼손된다면, 그런 국가가 전복되지 않고 존속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크리톤,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뭐라 답할 것인가? 일단 법정에서 선고된 판결
소크라테스와 크리톤의 대화는 계속된다. 크리톤: 자네 말이 훌륭한 것 같네, 소크라테스. 그렇지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게! 소크레테스 : 크리톤, 이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하세. 그리고 내가 말하는 도중 자네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게나. 나는 자네 말을 따르겠네. 그러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면, 내가 아테네인들 뜻에 반하여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게. 행동하기 전에 저네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나는 자네 뜻에 반하여 행동하고 싶지 않네. 그러니 자네가 보기
소크라테스와 크리톤의 대화는 계속된다. 소크라테스 : 옳은 말일세. 그러면 말해보게. 이것은 다른 것들에도 적용될까? 말하자면 다른 것들은 다 열거할 필요 없이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주제들인 정의와 불의, 미와 추, 선과 악에 관련해서도 우리는 대중의 의견을 따르고 두려워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 방면에 전문가가 있어 마땅히 그의 의견을 따르고 두려워해야 하는가? 그러니까 만약 우리가 그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것에 의해 더 좋아지고 불의한 것에 의해 망가진다는 우리의 혼을 망치고 손상시킬 것이네. 아니면 이게 다 허
소크라테스는 크리톤의 탈옥 권유에 대하여 이렇게 답한다. 소크라테스 : 친애하는 크리톤, 나는 자네의 열의가 정당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높이 평가하겠네.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자네의 열의가 뜨거울수록 더 곤란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야. 그래서 우리는 자네의 조언을 따라야 할지 말지를 고찰해 봐야 하네. 나는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곰곰이 따져본 결과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원칙 말고는 내게 속한 그 어느 것도 따르지 않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세.나는 지금 내게 이런 운명이 닥쳤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이전에 받아들였던 원
크리톤과 소크라테스의 대화는 이어진다. 크리톤 : 소크라테스, 자네가 이곳에서 탈출하면 나와 자네의 다른 친구들이 자네를 빼돌렸다고 해서 밀고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우리가 전 재산을 몰수당하거나 거액의 벌금을 물고 그밖에 다른 벌을 받을 것을 염려하는가? 만약 그 점이 염려된다면 걱정하지 말게. 우리는 자네를 구하느라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게 옳은 일이니까. 자, 소크라테스, 내 조언을 받아들여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소크라테스 : 크리톤, 그 점도 염려스럽지만, 염려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닐세. 크리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BC 470∽399)에게 죽마고우 크리톤이 찾아왔다. 크리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탈옥을 권유하였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법률이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플라톤이 쓴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와 크리톤이 독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면 『크리톤』을 자세히 읽어보자.소크라테스:크리톤, 어쩐 일로 이 시각에 왔는가? 너무 이른 것 아닌가? 크리톤 : 아주 이르긴 하네소크라테스 : 몇 시나 되었나?크리톤 : 동트기 직전일세. 소크라테스 : 자네 방금 왔는가? 온 지
소크라테스의 최후 변론은 계속된다. “죽음을 피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비열함을 피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죽음보다 비열함이 더 발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는 느리고 연로해서 둘(죽음과 비열함) 중 더 느린 죽음에 따라잡혔지만, 내 고발인들은 영리하고 민첩해서 둘 중 더 빠른 비열함에 따라 잡혔습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여러분에게 사형선고를 받고 법정을 떠나지만, 내 고발인들은 진리에 의해 사악하고 부정한 자라는 판결을 받고 떠날 것입니다. 또한 내가 내 판결을 받아들이듯이, 그들은 자신들의 판결을 받아들여야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