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원유(原乳) 가격이 인상된다. 오는 10월부터 음용유 기준 1리터(L) 당 88원 오른 1084원, 가공유는 87원 인상한 887원이 된다. 올해 원유 가격 인상 폭은 지난해 49원 대비 79.6% 높은 수준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관심은 흰 우유 등 가격 인상 여부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L 당 49원 올랐을 때, 흰 우유 1L의 소비자 가격은 10% 안팎으로 인상되면서 2800원대에 진입했다.

올해 인상 폭은 지난해보다 높다. 이에 흰 우유 가격 인상 폭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흰 우유 1L 당 소비자가 가격 3000원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가공 제품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참 이상하다. 올해부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적용됐다. 이 제도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각기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원유 생산이 과잉일 때는 낙농가 생산비가 늘어도 원유가를 인하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우유 가격 안정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우리는 여전히 가격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 일단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음용유보다는 가공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내에서 더 많이 팔리는 우유는 가공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 1인당 음용유 소비량은 2001년 36.5kg에서 2021년 32kg으로 떨어졌으나 수입산 원료 유가공품을 포함한 유제품 소비량은 같은기간 63.9kg에서 86.1kg으로 늘어났다. 가공유 소비량이 월등하게 많은 것이다. 

가공유 소비량이 높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예컨대, 우유를 가공한 대표적인 제품인 치즈의 경우 1kg을 얻으려면 원유 10L가 들어간다. 최근 유제품을 활용한 단백질 등의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도 가공유 소비량 증가에 영향을 줬다.

문제는 이러한 가공유 시장이 오는 2026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산 유가공 제품의 관세의 완전 철폐로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 있다는 것이다.

즉, 올해부터 시행된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음용유 자체보다는 유제품 가격 인하에 초점을 둬 국내산 원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흰 우유를 저렴하게 먹긴 어려운 상황이다.

또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긴 했지만 원유 가격이 낙농가와 유업계의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는 한계도 있다. 

차등가격제 도입 이후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이 개편되긴 했지만 여전히 낙농가와 유업계의 협상을 통해 최종 가격이 결정되는 만큼 수요와 공급 등 시장 원리에 의해 원유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는 아닌 것이다. 시장 원리에 따른 가격 결정이야말로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우유를 찾게 될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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