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 홈페이지 이미지 캡처
사진= 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 홈페이지 이미지 캡처

올해 25회를 맞는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World Scout Jamboree) 행사 기간들을 보면, 대체로 7월 말에서 8월 초에 개최되며 남반구나 적도에 가까운 국가에서 개최한 경우에는 12월에 개최를 했다. 다만 최근에는 이상 기후로 인해 환자가 많이 발생할 수 있어 개최국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는 추세다.

이처럼 세계 최대 규모의 청소년 캠프로 불리는 잼버리는 4년마다 매번 다른 나라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된 행사이지만, 역대 스카우트 잼버리를 둘러싼 사건·사고도 많았다.

1963년 그리스에서 열린 잼버리 당시엔 필리핀 보이스카우트 24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아라비아해에 추락해 전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고, 1983년 캐나다 잼버리에서는 훈련소에서 캠프 사이트로 돌아가던 중에 교통 사고가 발생하여 스카우트 4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2007년 영국 잼버리에서는 대회 참가자들이 체계적인 안전 지침을 따르지 않아 기온 상승으로 인한 열사병 사고가 발생하여 몇몇 스카우트들이 응급 처치를 받았다.  2015년 일본 잼버리 대회에서는 폭우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캠프 사이트가 침수되고 많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도 폭염 속에 수백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3일 전북도와 전북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진행 중인 잼버리 대회 진행 3일간 10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개영식이 열린 지난 2일에는 100명이 무더위에 맥없이 쓰러졌다. 

결국 오는 1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었던 잼버리 대회 기간 동안 온열질환자가 수천 명대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영국·미국 스카우트가 폭염과 영지 내 열악한 위생 상태를 지적하며 새만금 야영지에서 철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로이터, AP통신 등 외신에서도 새만금 잼버리의 우려스러운 상황을 전하는 보도를 속속 내놓았다. 로이터는 ‘폭염 속에서 치러지는 스카우트 행사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잼버리 참가자 중 400명 이상이 더위에 지친 상태로, 이번 주 한국 일부 지역의 기온이 38도를 넘었고 1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월드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108명의 참가자가 온열 관련 질환자로 분류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개영식이 열린 2일 기온은 35도에 이르렀다”며 “더위를 피할 곳이 부족한 광활하고 나무가 없는 지역에서 잼버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잼버리 조직위는 3일 브리핑에서 전날(2일) 오후 10시 기준 행사장에서 발생한 부상자는 992명이고 온열질환자는 207명이라고 밝혔다. 이중 개영식에서 발생한 온열환자는 108명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와 서울대병원, 연세대병원, 고려대병원 등 여러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잼버리 의료지원을 명목으로 할당된 의료진의 신속한 활동과 봉사로 이번 새만금 잼버리대회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가 있었으며 온열질환으로 인한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천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로 발생하는 급성질환을 말한다. 비교적 가벼운 일사병부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열사병까지 온열질환 종류는 다양하다. 

실례로 행정안전부와 소방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현재까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23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온열질환 사망자 7명 대비 추정 사망자 수가 3배 증가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열발진 등의 온열질환자가 속출할 수 있는 사태를 대비하지도 광야와 같은 새만금 매립지에서 잼버리를 개최하면서 충분한 의료진을 준비시키지 않은 것은 무지와 무능력의 집합체였다.

다행히 잼버리 웰컴센터1층 로비에 냉방이 되지 않는 채 긴급하게 새만금 야영장에 동원된 의료지원단은 진료소를 설치하고 행사장을 오가는 스카우트 대원 및 일일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성심을 다하며 의료봉사를 펼쳤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지원단에 따르면 매일 오전9시부터 웰컴센터 마감시간을1시간 초과한 저녁7시까지 시간대별로 근무조를 편성해 의사,간호조무사,약사,행정 직원들이 접수,문진,진찰,처방,조제 등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환자 가운데에는 등에 발진이 나고 종아리에 수포가 생긴 청소년 대원,심한 두통을 호소한 외국 성인 대원,관절염 및 기저질환이 심해진 어르신,감기증상으로 코로나19검사 결과 양성 판정자,심한 탈수증세로 수액치료가 필요한 참가자 등 다양한 케이스가 있었다고 대한의사협회는 현장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결국 정치권이 '간호법'으로 분열시킨 의료계가 잼버리 조직위의 안일하고 무능력한 대응으로 망쳐버린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 한명의 인명 손실도 없이 국가 비상사태를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보여준 희생과 일사분란한 봉사는 지난 코로나19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켰던 모습의 '데자뷰'였으며 그런 의료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