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중국 정부가 지난 8월 10일부터 세계 78개국의 자국민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한국 역시 유커(遊客)에 방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갈등이 불거진 2017년 3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유커를 맞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유커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이 '큰 손'이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 한 사람이 쓴 평균 금액은 1632.6달러(약 214만원)에 달한다. 이는 베트남 관광객의 1275.6달러나 필리핀 관광객의 807.5달러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많이 쓰는 수치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도 기대가 크다. 주로 내수시장에서 이익을 발생시키는 유통업계는 사드 등으로 중국인의 단체 관광이 전면 제한된 이후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특히 면세 업종이 그렇다. 사드 갈등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은 806만명에 달했으나, 지난해엔 22만7000명에 불과했다. 이에 면세업계의 매출은 반 토막이 나고, 직원들을 내보내야 하는 고통도 겪었다.

업계에선 올해 300만명의 유커가 방한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에는 유커 입국 재개 효과가 본격화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600만명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서는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리하면 △적은 항공편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중국인을 향한 시선 △까다로운 비자 발급 절차 △고비용 등을 이유로 10명 중 6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 국내 업체들도 지난 11일부터 유커가 입국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는 아니다. 중국인 선호 브랜드를 확대하고 통역 전담 인력을 확보하고, 홍보물을 제작하고 시설을 점검하는 등 수요에 대비하는 정도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대감이 큰 것이 사실이고 하반기엔 성과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정치적인 이유로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사드 이후 6년 5개월 만에 재개되는 중국인 단체여행이다 보니 업계에서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최근 중국 경제 성장률 등 중국인들의 소비력이 예전 같진 않아서 실제로 회복되기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는 '과연 우리나라가 올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인가'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최근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음식으로 수제 햄버거, 마라탕, 탕후루, 베이글 등을 꼽았다. 이에 관련 가게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중인데, 이런 것들이 해외여행의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냐고 지적했다.

또 방한 외국인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유통채널로 편의점을 꼽으면서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나 짱구, 원피스 등 우리나라와는 관계없는 콘텐츠를 활용한 제품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한 외국인들이 꾸준히 방문을 해줘야 국내 업계에도 좋은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적인 어떤 것이 필요하다. 일례로 식문화를 꼽을 수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과연 여러 번 방문할 가치가 있는 나라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K-팝, K-드라마, K-푸드 등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이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하고 여행 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근데 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미투제품(트렌드에 편승한 제품)과 매우 비슷한 느낌이 든다. 한류라는 어쩌면 한때에 불과할 수 있는 현상 만을 바라보면서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느 때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방한 외국인을 등쳐먹는 K-바가지뿐이다. 한국적인 게 이렇게 없었나 하고 씁쓸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