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열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안종열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올해 전기차 시장 인기가 확 식었어요"

최근 전기차 시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처럼 탄소중립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한가지 수단인 전기차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조금은 감소하고 충전료는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에 관심있는 '얼리어답터'들의 구매행진도 끝나가는 모양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판매된 국산 전기차는 6만313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당시 판매량이 전년도 동기 대비 109%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급감했다. 특히 7월 한 달 동안 등록된 전기차만 1만4614대로 1년 전(1만5614대)에 비해 오히려 6.4% 역성장했다고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는 전했다.

우선 보조금이 삭감됐다. 올해 국내 지방자치단체 전기차 보조금이 최대 700만원에서 올해 680만원으로 줄었다. 보조금 지급 요건도 까다로워졌다. 

유일한 장점이었던 '저렴한 유지비'도 퇴색됐다. 현재 공공 전기충전소 충전요금은 급속충전기(50㎾) 기준 1㎾h(킬로와트시)당 324.4원이다. 3년 전이었던 2020년(1㎾h당 173.8원)과 비교하면 80% 가까이 오른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연료비의 20% 수준이었던 전기차 충전 요금이 이제 50% 수준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보조금 소진율도 뚝 떨어졌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에서 지원하기로 한 전체 전기차 구매보조금 1만7650대 중 8월 현재 출고된 차량은 5801대다. 보조금 소진율은 32.9% 수준에 그쳤다.

상황을 인식한 전기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에 나섰다.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가 칼을 빼들었다. 수익성을 감소를 각오하고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테슬라의 모델 Y RWD 사전계약 판매량은 2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Y RWD의 국내 가격은 5699만원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치까지 받는다면 4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한 값이다.

국내 업체들도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기아 역시 올 하반기 레이 전기차 출시를 예고했다. 이 차량은 2000만원대로 예상된다. KG모빌리티도 내달 '토레스 EVX'를 선보인다. 보조금 적용 시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것은 '가격'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은 초기 성장 국면을 지나가면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군이 많아지는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목표치가 확립된 만큼 향후 전기차 시장은 대중화 단계로 넘어갈 것은 자명하다. 속도조절이 있을 뿐이다. 공격적인 가격 마케팅으로 올 하반기 전기차 시장이 다시 확대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