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인도 팔 판사에 대한 예우

도쿄 재판에서 ‘일본 무죄론’을 주장한 인도의 팔(1868~1967) 판사는1966년에 일본 총리 기시 노부스케(1896~1987 도쿄 재판 A급 전범으로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이다.)의 초청을 받아 일본을 방문했다. 그는 일본 최고의 훈장을 수여 받는 등 융숭한 대접을 받았는데 이때 팔은 “일본이 전쟁범죄를 일으켰다고 어린이들에게 뒤틀린 죄의식을 심어 주어서는 안 된다”며 일본을 다시 한번 두둔했다.

'팔 판사의 일본 무죄론'. 사진=김세곤 제공
'팔 판사의 일본 무죄론'. 사진=김세곤 제공

2007년에 아베 신조 총리가 인도를 방문했다. 이때 아베는 컬커타에서 팔 판사 아들을 만났는데, 아베는 “일본인은 팔 재판관을 너무나도 존경한다. 그는 일본과 인도를 연결하는 가교”라고 말했다. 이러자 팔 판사 아들은 아베에게 특별한 사진 2장을 주었다. 팔 판사가 기시 노부스케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한편 일본과 인도는 팔 판사 덕분에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8월 말 일본 아베 총리가 인도 모디 총리를 만났을 때 “우리 일본인들은 일본의 전범들을 재판했던 인도 팔 판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2017년 7월에도 아베는 모디 총리와 회담하면서 일본과 인도, 미국 3개국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기시다 총리도 취임 6개월도 안 돼 인도로 날아가 모디 총리를 만났다.  양국은 상대방을 ‘특별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규정한다. 경제·외교·군사뿐 아니라 지역 안보·방위, 기후변화, 과학기술, 지속 가능 성장 등 전방위적 동반자라는 의미다.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에 참의원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아베 전 총리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일본은 충격에 빠졌다. 9월 27일에 아베의 국장(國葬)이 도쿄 무도관에서 열렸다.  일본은 주요국 정상을 대거 초청해 성대한 조문외교를 펼치려 했지만 G7 정상의 전원 불참으로 모양새가 망가졌다. 그나마 일본의 체면을 세워준 국가는 인도였다. 인도는  주요국 정상으로는 호주와 함께 ‘유이’하게 아베 국장에 참석했다.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10.11) 기사)

# 어머니 상 (母の像)

한편 팔 판사 현창비 좌측에는 ‘어머니 상(母の像)’이 있다. 1974년에 
세워진 이 동상은 큰 어려움과 고독 속에서 자녀를 잘 길러준 수많은 
전쟁 과부에게 헌정된 것이다. 

어머니 상. 사진=김세곤 제공
어머니 상. 사진=김세곤 제공
어머니 상, 팔 판사 현창비 전경. 사진=김세곤 제공
어머니 상, 팔 판사 현창비 전경. 사진=김세곤 제공

# 8월 15일 패전일에  
 
올해도 8.15 패전일 추도식에서 일본 총리의 반성이나 사과 메시지는 없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15일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전몰자 추도식’ 중 “전쟁의 참화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 이 결연한 맹세를 앞으로도 관철하겠다”고 밝혔을 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차 대전 당시 한국인등에 대한 가해 사실이나 반성의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이후 11년째 반성의 말 없이 우경화 길을 걷고 있다.  

한편 패전일에 기시다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021년 10월 총리 취임 후 2021년 10월과 작년 4월, 8월, 10월, 올해 4월에 각각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지만 직접 참배한 적은 없다.

하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해에 이어 이날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며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약 70명도 집단 참배했다. 

이에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류취관. 사진=김세곤 제공
류취관. 사진=김세곤 제공

# 일본의 실체를 직시하자.

 야스쿠니 신사를 나오면서 내내 씁쓸하다. 한국을 35년간 지배하면서 약탈과 폭압을 자행한 일본은 더욱 우경화되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과 우익들은 옛날을 그리워하며 신사 참배를 서슴치 않는다. 
 
우리는 일본의 실체를 제대로 보아야 한다. 이제 62회에 걸친 일본 역사 기행 연재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