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사가 생산하는 미 공군의 4세대 전투기 F-15EX[보잉 제공]
보잉사가 생산하는 미 공군의 4세대 전투기 F-15EX[보잉 제공]

한국이 또 인도네시아로부터 뒷통수를 맞았다.

4.5세대 한국형 초음속전투기 KF-21(보라매)의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8000억원대의 '외상값'을 갚는 대신 미국제 F-15EX 전투기 24대와 S-70M 블랙호크 헬기 24대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디펜스뉴스, 디펜스포스트,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국방부와 국영 방산업체 디르간타라 인도네시아(DI)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대표단은 지난 21일 미 보잉사와 도입 의사 재확인을 위한 양해각서(MOU) 를 체결했다.

미군이 운용 중인 S-70M 블랙호크 헬기[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미군이 운용 중인 S-70M 블랙호크 헬기[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어 지난 23일에는 록히드마틴사와 병력수송용 S-70M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또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헬기 개조와 시스템 업그레이드, 정비·보수 관련계약도 맺었다.

외신은 1만8000여개의 섬을 가진 데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일방적으로 주장해온 중국의 점증하는 위협에 직면한 인도네시아로서는 F-15EX와 S-70M 도입으로 억지력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이달 초 튀르키예로부터 3억달러(4000억원) 규모의 신형드론 12대를 사들였다. 

인도네시아가 튀르키예로부터 도입한 신형 드론[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인도네시아가 튀르키예로부터 도입한 신형 드론[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그러나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미국과의 이번 계약의 총액은 밝히지 않았다. 군사전문가들은 4.5세대 전투기로 최신형인 K-15EX와 S-70M의 대당 기본가격은 각각 8000만달러(1060억원)와 1300만달러(172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단순계산으로 F-15EX 도입에만 2조54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또 S-70M 도입에는 4130억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인도네시아가 카타르로부터 구매한 프랑스제 미라주 전투기[The Diplomat 캡처]
인도네시아가 카타르로부터 구매한 프랑스제 미라주 전투기[The Diplomat 캡처]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8억달러(1조600억원)를 들여 카타르로부터 중고 미라주 2000-5 전투기 12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2월에는 프랑스와 81억달러(10조7000억원)에 라팔 전투기 42대 구매도 합의했다.

반면 우리와 공동 개발 중인 KF-21 전투기에 대한 분담금 8000억원은 여전히 연체 중이다.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 4호기가 지난 5월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이 기체 앞 부분에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가 보인다[연합뉴스 자료 사진]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 4호기가 지난 5월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격납고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이 기체 앞 부분에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가 보인다[연합뉴스 자료 사진]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로부터는 현금을 주면서 무기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과 재래식 잠수함 도입 및 KF-21 공동개발을 놓고 '진상짓'을 잘 아는 미, 프랑스, 튀르키예 등 판매국들은 현금을 사전에 주지 않으면 아예 협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게는 사실상 '배째라'는 식으로 돈을 갚지 않고 있다. 

2021년 3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국영 PAL조선소에서 '알루고로(Alugoro)' 잠수함 인도식이 열렸다.길이 61m, 1400t급 소형 잠수함인 알루고로함은 대우조선해양이 PAL조선소와 함께 2011년 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1차로 수주한 3척의 잠수함 중 마지막 함정이다[연합뉴스 자료 사진]
2021년 3월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국영 PAL조선소에서 '알루고로(Alugoro)' 잠수함 인도식이 열렸다.길이 61m, 1400t급 소형 잠수함인 알루고로함은 대우조선해양이 PAL조선소와 함께 2011년 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1차로 수주한 3척의 잠수함 중 마지막 함정이다[연합뉴스 자료 사진]

무기 도입에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프라보워 수비얀토 국방장관은 지난 6월 25일 인도네시아 언론을 통해 "이달 말까지 분담금 지불 약속을 이행하겠으며, 한국 정부와 여전히 협상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이 이달 초까지 확인 결과 '역시나'로 일관하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군사 전문가는 "이제는 선두대열에 진입한 우리 방위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고마운 존재가 인도네시아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6차례의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양산단계에 접어든 마당에 언제까지 이런 진상짓을 용인해야 할지 우리 정부는 이제 단안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KF-21기에 대해 미국조차 뛰어난 가성비를 가진 기종으로 평가하고, K-방산 최대 고객국인 폴란드도 공동개발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를 컷오프하는모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동개발사업서 인도네시아를 배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픽]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 일지[연합뉴스]
[그래픽]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 일지[연합뉴스]

<원문 참고: https://www.defensenews.com/air/2023/08/23/indonesia-to-buy-boeings-f-15-jets-lockheeds-black-hawk-helicopters/

https://www.thedefensepost.com/2023/08/24/indonesia-sikorsky-black-hawk/

https://www.reuters.com/business/aerospace-defense/indonesia-lockheed-martin-sign-deal-24-black-hawk-helicopters-2023-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