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늦으리."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다음달부터 시행(2025년까지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하는 가운데, 30년 전 국내 가수들이 모여 '내일은 늦으리'라는 프로젝트 앨범의 메인 테마송인 '더 늦기전에(신해철 작사·작곡)'를 합창하며 환경 캠페인을 펼쳤던 기억이 작금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사회전반의 이슈가 된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전환점에 선 지금, 국내 기업들에게 ESG 실천이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사이 국내 기업들 사이 ESG가 대세 이슈가 된 것과 달리 자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가 없는 등 EU CBAM, 2025년 공시 의무화 등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시총 200대(2022년 12말 기준)에 속한 기업들이 올해 7월말까지 공개한 지속가능성 정보공개(이하 보고서)에 대해 조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7월말 현재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조사대상의 75.5%에 해당하는 151개사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중 정보공개 글로벌 기준인 UN SDGs, GRI, SASB, TCFD 중 4개 모두를 채택한 기업수는 104, 3개 활용은 20, 2개 활용은 13, 1개 활용은 10개사이고, 4개사는 기준적용을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기업의 온실가스배출 감축이 공급망 차원에서 강조됨에도, 보고서 발간업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65개 기업만이 스코프3 배출량을 카테고리별로 산출해 공시했다. 이 대목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국내기업들은 EU와 IFRS의 스코프3 공시요구에 서둘러 대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IFRS의 ISSB, EU의 CSRD, US의 SEC 기후공시의무화 등 세계적으로 ESG 정보공시 규제에 대한 도입이 본격화 되는 추세다. 국내 역시 금융위원회에서 올해 하반기에 ESG 공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고, 2025년부터는 단계별로 일정 자산규모이상 기업들에게 ESG 정보공시 의무가 부과될 예정이다.

도입이 임박한 글로벌 ESG 공시의 표준화와 의무화를 감안할 때 기업의 준비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방향이 기존 공시기준을 기반으로 빌딩블록접근법(building block approach)으로 시행되는 만큼, 기업들은 현행 공시기준들에서 정합성과 타당성을 찾아 보다 적극적인 수준에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재계 일각에선 도입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는 EU와 미국 등 우리 기업들의 주요 거래국들이 환경 규제 허들을 높이고 있는 시점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엎서 언급했듯이 EU가 CBAM를 통해 자국 내 기준을 초과하는 탄소배출량에 대해 탄소세 부과할 예정이고, EU 회원국인 프랑스도 철강 배터리 등 부품과 차량 제조 과정의 탄소량을 평가해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EU와 미국은 자동차와 반도체에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 사용을 제한하고, 미국은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후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것 만 봐도 ESG 준비 내일은 늦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