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소크라테스는 위대한 정치가, 시인, 장인(匠人)들을 찾아다녔다. 그들을 만나보면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망스러게도 정치가, 시인, 장인들은 한결같이 위선자였다. 그들은 자신의 무지를 전혀 깨닫지 못했고 자만했다. 

이렇게 소크라테스는 30년간 현자를 찾아다녔고 특유의 산파술로 꼬치
꼬치 물었다. ‘캐물은 삶’을 산 것이다. 이러자 그를 따라다니는 젊은이들도 계속 캐물어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젊은이들에게 당한 사람들은 소크라테스에게 화를 내며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고 비방했다.

이리하여 BC 399년에 시인 멜레토스와 민주파 정치가 아니토스 그리고 변론가 리콘은 소크라테스를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나라가 인정하지않는 신들을 인정하며 다른 새로운 신들을 믿음으로써  불법을 저질렀다”는 죄목으로 고발했다. 

멜레토스는 시인들을 위해, 아니토스는 장인들과 정치가들을 위해, 리콘은 연설가들을 위해 적의를 품고 소크라테스를 죽이기로 한 것이다.   

고발인들의 첫 번째 죄목은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것이다. 어떤 청년들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구름’에 나오듯이 ‘아버지가 잘못하면 아들이 때려도 좋다.’는 소피스트의 궤변을 실천했다. 아니토스의 아들도 아니토스에게 반항했다. 이 당시에 자식이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것은 중대범죄였다. 

소크라테스 감옥(아테네). 사진=김세곤 제공
소크라테스 감옥(아테네). 사진=김세곤 제공

소크라테스는 법정에서 고발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고발인 멜레토스에게 일문일답하면서 캐물었다. 
소크라테스 : 멜레토스여, 앞으로 나와 말해보시오! 우리 젊은이들이 최대한 훌륭해지는 것이 그대의 주된 관심사겠지요? 아닌가요?
멜레토스 :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러면 누가 젊은이들을 휼륭하게 만드오?
멜레토스 : 법률입니다. 
소크라테스 : 이봐요, 내가 묻는 것은 그게 아니라 그대가 말하는 법률지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거라오.
멜레토스 : 여기 이 배심원들입니다.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이분들이 젊은이들을 교육해서 더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요?  
멜레토스 (약칭 멜) : 그렇고 말고요
소크라테스(약칭 소) : 이분들 전부가 그런가요? 일부가 그런가요?
멜 : 전부요.
소 : 젊은이를 교육할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참 반가운 소식이군요. 그럼 이건 어떤가요? 여기 이 방청객들은 젊은이를 훌륭하게 만드나요? 아니면 그렇지 않나요? 
멜 : 이 분들도 그러지요.
소: 평의회 의원들은 어떻소? (평의회  의원은 10부족에서 50명씩 모두 5백명으로 구성되었는데, 1년을 10등분해서 10개부족이 번갈아가며 집행부일을 맡았다.)
멜: 평의회 의원들도 그러지요.
소 : 그러면 멜레토스여, 민회에 참석하는 개별 회원들도 모두 젊은이들을 훌륭하게 만드나요? 
멜 : 그분들도 그러지요. 
소 : 그러면 나를 제외한 모든 아테네 인이 젊은이를 고매하고 훌륭하게 만드는데, 오직 나만이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것 같군요? 그대의 말은 그런 뜻인가요? 
멜 : 내말은 전적으로 그런 뜻입니다. 
소 : 그대 말대로라면 나는 엄청나게 불운한 사람이구려. (...)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을 망치는 이는 단 한 사람 (필자주 : 소크라테스)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이롭게 한다면, 우리 젊은이들이야 말로 크게 복받았다고 할 것이요. 
그런데 멜레토스여, 그대는 자신이 젊은이들에게 관심이 없었음을 충분히 보여주었소. 또한 그대는 지금 나를 피고인으로 법정에 세운 사건에 실은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 그대야말로 무책임한 사람임이 백일하에 드러났소이다. 
(...) 좋소, 그대는 내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더 사악하게 만든다 하여 나를 법정에 피고인으로 세웠소. 그러면 내가 고의적으로 그런다는 것요? 아니면 본의 아니게 그렇다는 거요? 
멜 : 고의적으로 그런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소 : 멜레토스여, 그대의 말처럼 내가 고의적으로 그런 악행을 저지른단 말이요? 나는 그대의 주장이 납득이 안가고 다른 사람도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 아테네인 여러분, 이제 멜레토스는 이런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플라톤 지음·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 도서출판 숲, 2017, p 3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