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음속전투기 KF-21 2호기[방위사업청 제공. 연합뉴스]
국산 초음속전투기 KF-21 2호기[방위사업청 제공. 연합뉴스]

"KF-21 보라매 전투기 기술이전에 한국이 왜 인색한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이 이 사업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질 때까지 추가지불을 보류하고 있다."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한국이 KF-21 제작과 관련해 전문성을 더 많이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4.5세대 한국형 초음속전투기 KF-21(보라매)의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한국 깎아내리기'가 점입가경이다. "웬만한 몽니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공감대가 빠르게 조성되는 분위기다.

한국에 갚아야 할 분담금 8000억원을 장기연체하는 상황에서 자국의 실책은 도외시한 채 한국에 대해서만 한국 때리기에 열중하는 게 인도네시아의 최근 행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지 언론을 통해 한국이 합의 내용과 달리 AESA 레이더(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와 적외선탐색추적장치(IRST) 등 첨단 핵심기술이전에 '인색'하다는 내용의 언론 플레이를 시작했다.

'한국 깎아내리기' 행보에 가장 대표적인 매체가 온라인 신문인 조나 자카르타(Zona Jakarta)다. 군사 부문 특히 KF-21 문제에 대해서는 현지에서는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 매체는 인도네시아 정부 특히 국방부의 입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현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의 설명이다.

"한국은 기술 이전에 인색해 중국제 J-20 AESA 레이더 채택"을 주장하는 조나 자카르카[Zona Jakarta 캡처]
"한국은 기술 이전에 인색해 중국제 J-20 AESA 레이더 채택"을 주장하는 조나 자카르카[Zona Jakarta 캡처]

조나 자카르타는 지난 4일 "한국은 기술 이전에 인색... 인니, KF-21 보라매에 탑재할 中 J-20 AESA 레이더 채택"(Korsel Pelit Teknologi, Indonesia Comot Radar AESA J-20 China untuk Dipasangkan ke KF-21 Boramae)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합의와 달리 AESA 레이더 기술과 IRST 기술을 인도네시아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이 기술이전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파트너인 인도네시아를 비난하기 때문에 지불이 늦어진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조나 자카르타는 또 "인도네시아는 KF-21 대신 중국산 5세대 J-20의 ASEA 레이더 기술을 채택할 수 있다"며 '중국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이 KF-21 사업에 인도네시아를 희생양으로 삼는 한국의 행동에 대응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조나 자카르타 기사[Zona Jakarta 캡처]
"미국이 KF-21 사업에 인도네시아를 희생양으로 삼는 한국의 행동에 대응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조나 자카르타 기사[Zona Jakarta 캡처]

같은 날 또 다른 기사("미국은 KF-21 보라매사업에서 인도네시아를 희생양으로 삼는 한국의 행동에 대응할 것"(AS Bakal Balas Kelakuan Korsel Karena Mengkambinghitamkan Indonesia di Program KF-21 Boramae)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조나 자카르타는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 인도네시아의 지불연체로 한국을 짜증나게 해 KF-21사업에서 인도네시아를 배제하자는 주장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폴란드가 KF-21사업에서 인도네시아 대체국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유럽의 불확실한 상황과 한국산 무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폴란드가 막대한 부채를 한국에 지고 있다며 꼬집었다.

[그래픽]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 일지[연합뉴스]
[그래픽]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 일지[연합뉴스]

이와 함께 "중국 언론은 KF-21 보라매를 쓰레기 비행기라고 부른다"(Raksasa Media China Sebut KF-21 Boramae Buatan Korea Selatan dan Indonesia Pesawat Sampah)라는 기사에서도 앞뒤가 안맞는 논조를 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공동개발 중인 강력한 성능의 KF-21 보라매와 중국의 최신예 5세대 J-20 스텔스 전투기가 비교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과 내년부터 보라매가 양산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입을 빌려 보라매를 "쓰레기"로 비유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앞서 지난 3일에도 조나 자카르타는 "한국이 보라매 제작과 관련해 더 많은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면서 "한화시스템이 만든 4대 핵심기술 역시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나 자카르타는 또 지난 1일에는 인도네시아가 아직 양산단계에 들어가지 않은 4.5세대 전투기 보라매 대신 기술력 '우위'인 튀르키예의 5세대 TF-X 공동개발에 더 관심을 많다고 한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런 '진상짓'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보잉사가 생산하는 미 공군의 4세대 전투기 F-15EX[보잉 제공]
보잉사가 생산하는 미 공군의 4세대 전투기 F-15EX[보잉 제공]

가장 최근에는 한국에 '외상값'을 갚는 대신 미국제 F-15EX 전투기 24대와 S-70M 블랙호크 헬기 24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달 초에는 튀르키예로부터 3억달러(4000억원) 규모의 신형드론 12대를 사들였다. 

군사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4.5세대 전투기로 최신형인 K-15EX와 S-70M의 대당 기본가격은 각각 8000만달러(1060억원)와 1300만달러(172억원) 수준이다.

미군이 운용 중인 S-70M 블랙호크 헬기[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미군이 운용 중인 S-70M 블랙호크 헬기[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에 따라 단순계산으로 F-15EX 도입에만 2조54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또 S-70M 도입에는 4130억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앞서 지난 6월에는 8억달러(1조600억원)를 들여 카타르로부터 중고 미라주 2000-5 전투기 12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2월에는 프랑스와 81억달러(10조7000억원)에 라팔 전투기 42대 구매도 합의했다.

인도네시아가 튀르키예로부터 도입한 신형 드론[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인도네시아가 튀르키예로부터 도입한 신형 드론[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로부터는 현금을 주면서 무기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에 대한 '진상짓'을 잘 아는 미, 프랑스, 튀르키예 등 판매국들은 현금을 사전에 주지 않으면 아예 협상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프랑스 해군의 라팔 전투기[연합뉴스 자료 사진]
프랑스 해군의 라팔 전투기[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해온 군사 전문가는 "시쳇말로 '배째라' 식으로 일관해온 인도네시아 정부가 최근에는 언론 플레이까지 동원해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