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소크라테스는 고발인 멜레토스와 일문일답을 계속했다. 

소크라테스 (약칭 소) : 멜레토스여, 우리에게 말해주시오. 내가 어떻게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거요? 그대가 작성한 고발장에 따르면 나는 국가가 믿는 신들 대신 다른 새로운 신들을 믿도록 가르침으로써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고 했는데, 맞나요?  
멜레토스 (약칭 멜) : 내 말은 분명 그런 뜻입니다.  

소 : 그렇다면 멜레토스여, 나는 그대가 어느 것을 주장하는지 몰라서 그러니 답해주시오. 내가 어떤 신들을 믿도록 젊은이들을 가르치는데 그 신들이 국가가 믿는 신들과는 다른 신들이기에 그대는 어떤 이유로 나를 고소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나는 신들을 아예 믿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믿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뜻인가요? 
멜 : 내 말은 그대는 신들을 아예 믿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소 : 멜레토스여, 그대는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구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그러니까 나는 남들처럼 해와 달도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멜 : 제우스에 맹세코, 소크라테스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배심원 여러분! 그는 해를 돌이라 하고, 달을 흙이라 하니까요.

소 : 그대는 내가 정말로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하오? 나는 신의 존재를 아예 인정하지 않나요? 
멜 : 제우스에 맹세코, 눈꼽만큼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소 : 멜레토스여. 나는 그대의 말이 납득이 가지 않으며 그대 자신도 아마 그럴 것이요. 아테네 여러분, 이 사람이 이토록 오만방자한 것을 보니, 순전히 오만함과 젊은 혈기에서 나를 고발한 것 같습니다. 그는 
누구를 떠보려고 수수께끼를 지어낸 사람과도 같습니다. 그것은 마치 ‘소크라테스는 신들을 믿지 않지만 신들을 믿음으로써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는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여러분, 어째서 내가 멜레토스의 말이 그런 뜻이라고 생각하는 지 함께 검토해보겠습니다. 
  멜레토스여, 인간에 관한 일은 있다고 믿으면서 인간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요? 말(馬)은 없다고 믿으면서 말들에 관한 일은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가요? 
그러니 멜레토스여 다음 질문에 대답해주시오. 
“초인간적인 일은 있다고 믿으면서 초인간적인 존재는 없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요?”   
멜: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소 : 대답해주어 고맙소. 그런데 그대는 내가 초인간적인 일을 믿으며 남들도 믿도록 가르친다고 주장하오. 그대의 주장에 따르면 나는 초인간적인 것을 믿으며, 그대는 선서 진술서에서 그렇다고 맹세까지 했소. 그런데 내가 초인간적인 것을 믿는다면, 내가 초인간적인 존재도 믿는 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일 것이오. 그렇지 않나요? 그렇겠지요. 그대가 대답하지 않으니 나는 그대가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겠소. 
그런데 우리는 초인간적인 존재를 신 또는 신의 자식으로 여기지 않나요? 그렇소, 그렇지 않소? 
멜 : 물론 그렇지요.    

소 : 만약 내가 그대의 말처럼 초인간적 존재를 믿는다면 그리고 초인간적인 존재가 일종의 신이라면, 그대는 재미삼아 수수께끼로 나를 시험한다고 볼 수 밖에 없소. 그대는 처음에는 내가 신들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이제는 내가 초인간적 존재를 믿으니 신들을 믿는다고 말하기 때문이요. ‘같은 사람이 초인간적인 일과 신적인 것을 믿으면서도 초인간적인 존재도 신도 믿지 않을 수 있다’고 그대가 아무리 주장해도, 
조금이라도 분별있는 사람이라면 결코 납득하지 못할 것이오. 
그러니 아테네 여러분, 나는 멜레토스가 고발장에서 주장한 대로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만큼 더 이상의 변론은 필요하지 않으며 이로써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변론 첫머리에서 내가 많은 사람에게 심한 미움을 샀다고 말 한 바 있는데, 여러분은 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미움 때문에 나는 유죄판결을 받을 것입니다. 내가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멜레토스 때문도 아니토스 때문도 아니고, 많은 사람의 선입관과 시샘 때문이겠지요. 그동안 그것들이 많은 사람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게 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나에게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플라톤 지음·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 도서출판 숲, 2017, p 40- 45) 

BC 399년 시인 멜레토스는 소크라테스(BC 469∼399)를 고발했다.  당시에 아테네는 혼란과 쇠퇴의 시기였다. BC 431-404년까지 27년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났는데, 아테네가 패했다. 

 전쟁이 끝나자 아테네에는 스파르타를 지지하는 30인의 참주 정치가 이루어졌고, 30인 참주는 공포정치를 했다.   자신들에게 불만을 품은 사람이 있으면 즉시 재산을 빼앗고 추방하거나 심지어 사형에 처했다. 참주는 민주파 시민 1,500명을 처형했고, 아테네 시민 수를 3천 명으로 제한하여 정치 참여를 막았다. 이러자 시민들이 저항했고 BC 403년에 민주파가 30인 참주를 몰아내고 민주정치를 회복했다. 이후 민주파의 보복이 잇달았고, 소피스트들이 난립하면서 민주제는 혼란을 거듭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소크라테스 재판은 ‘법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정치 재판’이란 느낌이 든다. 지금은 어떤가? 정치 재판은 없는가?    

소크라테스 조각상. 사진=김세곤 제공
소크라테스 조각상. 사진=김세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