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예술의전당 제공.
이미지= 예술의전당 제공.

"힘든 시기지만 건강한 육체에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게 국민들 행복지수 높이고 내수 경제도 활성화 시키는 길 아닐까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문화예술기획업계 A대표는 "지금과 같은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문·체·예·관' 투자 만큼 즉효 처방이 어디있겠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화, 예술, 체육, 관광의 앞 글자를 딴 이른바 '문·체·예·관'을 예로 들면서 경기 활성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겁니다.

그가 주장하는 문·체·예·관 예찬의 골자는 '사회적 불균형 해소'에 있습니다. 이미 세계 주요 선진국가들이 저성장 시대와 가치 불균형 등 사회문제 해결 등을 위해 문화, 예술 및 체육과 관광산업 지원 정책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다 그 성과 또한 아주 크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실제 상황은 어떨까요. 사회적 불균형이 우리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이미 일반화된 지 오래입니다. 최근의 데이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통계청 '국민 삶의 질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한국인이 인식하는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 중 6점이 채 안됩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더 큰 문제는 가족행복지수 입니다. 가족 행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국내 합계출산율이 0.78명에 머물고 있죠. 극심한 인구절벽의 위기이자 가족이 함께 행복해할 일이 줄어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삶의 질 제고 등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삶의 질 지표'가 높은 국가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지표 결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등은 국가별 GDP 대비 문화·오락 등 '문·체·예·관' 분야의 정부예산 비율이 2%~4%대를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1%대 초반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죠.

쉽게 말해 국민 삶의 질이 높다고 평가받는 주요 국가들은 '문·체·예·관' 분야에 높은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은 지난 1999년 해당 분야 국가 재정 비중이 처음으로 1%를 넘어선 뒤 최근 수년 새 2%대 이상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문화 예술이 학습 인지능력 발달과 동기부여 등 개인적 차원은 물론이고 사회통합과 지역발전과 같은 사회 영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며 "그 만큼 저성장 시대 '문·체·예·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이어 그는 "범문화체육관광 재정이 2%대 이상으로 확보된다면 국민 삶의 질 제고 뿐만 아니라 배제와 고립 등의 사회 문제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사회가 더 안전하다고 느낄 것이며, 공동체 정신 함양이 내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확장성에 거는 기대감도 높습니다. 문화관광연구원 조사 결과 문화관광예술 분야는 주력산업인 제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가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광산업의 경우 마이스(MICE)나 S-마이스(Sport MICE), 의료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개발 역량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젊은 층이 사회구조적 문제로 출산을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직접적인 현금 지원에도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란 내용입니다. 더 늦기 전에 '문·체·예·관'의 전략적 활용과 육성 방안을 고민해 볼 때입니다.

유정우 선임기자 겸 미래전략연구원장 seeyou@getnews.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