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열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안종열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반도체 업계가 '인력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인력 쟁탈전은 치열해지고,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해 젊은 인력 수혈이 막히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 반도체 일자리가 오는 2030년까지 11만 5000개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중 채워지지 않는 일자리는 6만 7000개에 달한다. 일본전자정부기술산업협회(JEITA)도 주요 반도체 기업에 3만 5000여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역시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력 12만7000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공급 인력 상황을 감안하면 6만여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반도체 부족 인력은 약 1600명에 달한다.

존 뉴퍼 SIA 회장은 "반도체 제조업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인력난이 심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관련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영진들은 대학 캠퍼스까지 방문해 인재 유치에 나서는 등 인력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펼치고 있다.

실제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5일 서울대를 찾아 학생들에게 "사람을 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여러분이 삼성 반도체에서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내달 11일 대전 KAIST 정근모 콘퍼런스홀에서 '초기술로 세상을 더 행복하게'라는 주제로 CEO 초청 특별강연을 진행한다. 이번 강연에서 자사의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기술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양사는 졸업 후 채용을 조건으로 입학생을 모집하는 계약학과도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국내 7개 대학에서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여러 대학과 손잡고 관련 학과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지원은 저조하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대학 정시 합격자 10명 중 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특히 연세대와 한양대 반도체 관련 학과는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는 합격생들이 직업적인 안정성과 장래성, 수익까지 상대적으로 높은 의약학 등 타 계열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새로운 당근을 모색해야 한다. 단순히 계약학과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대규모 투자와 장학금, 고용 보장, 박사급 양성 등 인재 확보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려고 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업황 악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다. 배는 있는데 사공이 없다. 인재를 원하면 그에 걸맞는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