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의 쉬자인 회장[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의 쉬자인 회장[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이 된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의 쉬자인 회장이 구금된 가운데 중국의 유명 기업가가 쉬 회장을 "중국 인민의 적"이라고 비난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연합뉴스는 3일 홍콩 명보 등을 인용, 중국 전자제품업체 스카이워스의 창업자 황훙성이 최근 인터넷에 올린 3분여 길이의 영상에서 쉬 회장이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빚은 중국에 남기고 개인 재산은 미국으로 빼돌렸기 때문에 당국이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전했.

황훙성은 "쉬자인은 미국 법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 중국 인민의 적"이라며 "나라를 속이고 백성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대립을 이용하고 미국 정권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민을 적으로 삼고 국가를 적으로 삼는 것"이라며 이에 당국이 그에 대한 강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2021년 위기에 빠진 헝다에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줬음에도 쉬 회장이 이런 자멸적인 일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자기 친구 중 상당수가 헝다에 속았다며 "헝다는 투자하면 매년 1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자는커녕 원금도 날아갔다"고 밝혔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을 지낸 황훙성은 한때 미국 포브스 선정 중국 31대 갑부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 전자제품업체 스카이워스 창업자 황훙성이 헝다 쉬자인 회장을 비판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중국 인터넷 캡처]
중국 전자제품업체 스카이워스 창업자 황훙성이 헝다 쉬자인 회장을 비판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중국 인터넷 캡처]

앞서 헝다는 지난달 28일 "쉬자인 회장이 법률 위반 범죄 혐의로 법에 따라 강제 조치됐다"고 공시했다.

강제 조치는 사회 치안과 수사 및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유지하기 위해 법에 따라 피고인, 현행범, 주요 용의자들의 신체 자유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것이다.

헝다가 쉬 회장의 강제 조치 사실을 발표한 것은 그가 경찰에 의해 주거지 감시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지 하루 만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헝다의 해당 공시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쉬 회장이 모처에 구금돼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망연자실한 헝다그룹 투자자들. 사진=연합뉴스
   망연자실한 헝다그룹 투자자들. 사진=연합뉴스

쉬 회장에 앞서 헝다의 일부 전현직 직원도 당국에 체포·구금됐다.

이에 중국 당국이 헝다에 대한 사법 절차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부동산 개발 붐에 편승, 호황을 누리던 헝다는 당국이 2020년 투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대대적인 규제에 나서자 자금난에 빠져 2021년 12월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헝다의 총부채는 2조3900억위안(443조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라는 오명을 얻었다.

2017년 420억달러(57조원)로 아시아 부자 2위까지 올랐던 쉬 회장의 재산은 현재 약 18억달러(2조40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헝다그룹의 국내 해외 신용등급 추이. 자료=헝다그룹 블룸버그통신
  헝다그룹의 국내 해외 신용등급 추이. 자료=헝다그룹 블룸버그통신

헝다는 지난 8월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챕터 15'는 외국계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미국 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하는, 국제적인 지급 불능상태를 다루는 파산 절차다.

이에 대해 헝다는 역외 채무 구조조정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로 파산신청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헝다의 채무 구조조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회장까지 구금되면서 파산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헝다가 진행하다 중단한 건설 현장[로이터=연합뉴스]
헝다가 진행하다 중단한 건설 현장[로이터=연합뉴스]

헝다 계열사인 헝다 부동산(恒大地産)그룹은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만기가 도래한 역내 채권에 대한 원금·이자 40억위안(7327억원)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헝다는 전날 밤 홍콩증권거래소에 주식 거래 재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지난달 28일 헝다와 자회사인 헝다 신에너지차, 헝다 부동산 서비스의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헝다의 주식 거래 중단은 지난해 3월 거래가 중단됐다가 17개월 만에 재개된 지 한 달 만이다.

주식 거래 중단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쉬 회장이 당국에 의해 강제 조치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