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통신사 인터넷을 10년 넘게 써 왔지만 재약정 혜택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모 통신사 인터넷을 오랜기간 사용했던 한 소비자의 푸념이다.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 넷상에선 재약정과 해지방어라는 용어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재약정은 말 그대로 약정 기간이 끝나기 전에 현재 이용 중인 통신사와 다시 약정을 맺는 것을 뜻한다. 해지방어는 재약정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약정 기간을 채운 이용자가 해지를 빌미로 최대한의 혜택을 얻기 위해 보다 능동적으로 나선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골자는 재약정 또는 해지방어에 성공할 경우 이용자는 기존 통신사 인터넷를 유지하는 대신 추가로 상품권과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한 통신사에서는(8년 이용, 500M 인터넷 상품) 재약정을 맺는 조건으로 30만원 상당의 사은품과 함께 5000원가량의 추가 요금할인, 셋톱박스 업그레이드, 기기 임대료 무상 등을 제시했다. 신규 가입보다는 지원 규모에서 다소 차이가 나지만, 기존 고객이 몰라서 넘어가거나 별도로 요청하지 않았다면 결코 누릴 수 없는 혜택이다. 일종의 특혜로도 보이는 이 방식은 통신사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 가입자와 타협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이러한 정보를 아는 특정 고객만 수혜를 입는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인터넷 가입자들 중 상당수가 재약정을 하지 못했거나 약정이 만료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지난해 통계청의 유선상품 약정상태 현황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 가입자 중 약정 만료자는 16.1%, 약정 미가입자는 23.3%로 적지 않은 인원이 무약정 상태인 것으로 확인된다. 인터넷 티비인 IPTV에서도 약정이 만료됐거나 약정에 미가입한 이들의 비중도 각각 19.1%, 54.5%에 달했다. 

유선서비스 재약정 혜택을 놓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정보 비대칭성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해지방어 수준의 혜택은 3사 홈페이지를 뒤져봐도 찾을 수 없다. 통신사별로 지원 규모가 다르고 개인 마다 약정 기간이나 이용 상품에 따라 주어지는 혜택이 상이하다는 점에서다. 또 통신사에서 고객 관리 차원에서 문자나 전화로 안내하기도 하지만, 단순 광고나 영업활동으로 치부해 약정 혜택을 놓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대리점이나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상담도 제한적이다. 신규 가입은 통신 3사의 모든 상품을 다루는 인터넷 가입센터에서도 가능하지만, 재약정 문의는 오직 통신사 본사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약정 혜택이 부각되지 않는 이유로는 신규 가입자 조건이 월등히 좋은 것에도 찾을 수 있다. 통신사들은 현재 자사 온라인 샵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 유선 서비스 가입자를 위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열띤 마케팅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인터넷+IPTV' 신규 가입 시, 상품권 지급 또는 월 요금제 할인을 택할 수 있다. 단순 상품권 액수로만 따져도 SKB에선 45만원, KT는 45만원, LG유플러스는 46만원을 지급한다. 온라인 대리점은 현금 형태로 지원하니 소비자 선호도도 훨씬 크다. 여기에 기가 인터넷 3년 약정 가입 시 추가할인, 각종 쿠폰 제공, 제휴 서비스 할인 등 혜택은 덤이다.

반면, 장기 고객들에게 재약정 대가로 주어지는 지원은 초라하다. 공식적으로는 기존 고객이 인터넷 혹은 IPTV 상품을 추가로 가입하거나 요금제를 상위로 업그레이드할 때 할인해 주는 조건부 혜택에 그친다. 이외에 셋톱박스에선 SKB는 임대요금 50% 할인(2200원)을, KT의 셋톱박스 임대료 무료 혜택은 1년 동안만 제공한다는 점에서 체감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통신사 인터넷을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이용자들은 신규 가입자 유치에만 공을 들이는 통신사의 행보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 국내 최대 통신 커뮤니티인 뽐뿌에선 다수의 가족 결합할인이 아니라면 굳이 재약정보다는 3년마다 타 통신사 인터넷으로 갈아타는 게 훨씬 좋다는 의견도 다수 확인된다.  

'통신사는 잡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 과거 소비자들 사이에서 통신사의 열악한 고객 대우 행태를 비꼬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충성 고객도 언제까지 충성 고객일 리 없다. 모객도 중요하지만 장기 고객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