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궈메이[바이두 캡처]
중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궈메이[바이두 캡처]

한때 중국 가전업계를 호령했던 궈메이(國美)가 막대한 빚과 물품 대금을 상환하지 못해 매장 연쇄 폐업, 인력 급감 등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는 18일 펑파이신문 등 현지언론을 인용, 최근 광저우에 남았던 마지막 매장이 문을 닫아 궈메이의 광둥성 내 모든 매장이 폐쇄됐다고 전했다.

궈메이 매장 폐쇄와 인력 감축은 지난해 상품 대금 연체와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진 이후 지속됐다.

2021년 중국 전역 3895여 개에 달했던 궈메이 매장은 작년 500개 미만으로 급감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문을 닫은 매장이 계속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기준 궈메이의 직원은 3600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89% 급감했다.

리쥔타오 부사장은 지난 2월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 줄여 연내 주요 매장 300개만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궈메이 납품업체 관계자들은 "궈메이가 오랜 기간 물품 대금을 연체했으며 작년 11월부터 직원 임금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궈메이에는 소수 직원만 남아 주로 소송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궈메이는 임차한 부동산 관리비도 연체돼 소송당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법원이 매장을 차압해 가전제품 반출을 금지했다"고 덧붙였다.

궈메이의 모회사인 궈메이 리테일은 작년 5월 주식 19억6000만주를 6명의 투자자에게 배정, 7억7600만위안(1435억원)을 조달했다.

궈메이 리테일은 애초 이 자금 가운데 10%만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60%는 사업 확장, 30%는 운영 자금 조달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작년 말 모두 부채 상환에 썼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중국 가전업계의 경쟁 격화 속에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봉쇄의 직격탄을 맞은 궈메이는 작년 4월 미국 월풀로부터 상품 대금 연체로 고소당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작년 11월에는 자금난을 이유로 직원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궈메이 창업한 황광위 회장[바이두 캡처]
궈메이 창업한 황광위 회장[바이두 캡처]

이런 가운데 창업자인 황광위(黃光裕·52) 회장 부부가 그해 9월 세 차례에 걸쳐 15억2800만주의 회사 주식을 매각하는 등 2021년부터 꾸준히 주식을 처분, 9억6000만 홍콩달러(1659억원)를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당시 황 회장 부부의 보유 지분은 61.5%에서 42.8%로 줄었다.

중학교를 중퇴한 뒤 16살 때 베이징에서 옷 가게로 출발, 수입 전자기기 판매상인 궈메이를 차린 황 회장은 인수 합병과 홍콩 증시 우회 상장 등 사업 수완을 발휘해 1999년 궈메이를 중국의 최대 가전 체인으로 키웠다.

2008년 궈메이 매출액은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2위 업체로 성장한 징둥닷컴 당시 매출의 120배에 달했고, 황 회장은 2004년과 2005년, 2008년 중국 최대 부호에 올라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혔다.

그러나 그는 2008년 경영 비리와 내부 부당 거래, 뇌물 등의 혐의로 체포돼 징역 14년형을 선고받았고, 2년을 감형받아 2020년 가석방됐으나 궈메이가 추락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