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최근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는 지자체가 늘었다. 올해 2월 대구시가 월요일 휴무로 변경했고, 5월엔 청주시가 수요일로 변경했다. 수도권에서도 고양시, 안양시, 과천시, 하남시 등이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추세다.

서울시에서도 25개 자치구 중 두 곳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의 평일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6일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일요일 휴무는) 실효성이 없어 (서울시에서) 지역별로 진척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구청장 등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마트, SSM(기업형슈퍼마켓)에 월 2회의 의무휴업일 부과와 오전 0시~10시까지의 범위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게끔 하는 규제법이다. 도입 취지는 중소상공인 상생과 전통시장의 활성화다. 주말에 대형마트 등을 쉬게 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 등에서 소비하게끔 유도하려던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의무휴업일 이전에 미리 장을 보거나, 다른 채널을 이용하면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규제 도입 이후 전통시장 등이 나아졌다는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대형마트가 쉬는 날이거나 폐점한 경우에는 소비자의 발길이 끊기면서 인근 골목상권의 매출도 덩달아 줄어드는 부작용(?)까지 나타난다. 지난 9월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발표한 '대·중소유통 상생협력을 위한 컨설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의무휴업 하는 일요일엔 영업하는 일요일 대비 인근 상권의 유동인구가 평균 0.9% 감소한다. 음식점이나 소매업 등 골목상권 매출액도 1.7% 줄어든다.

지자체들이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옮기려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가 쉬어도 골목상권으로 소비가 유입되지 않으니, 차라리 대형마트 방문객이 가장 많은 주말에 항상 영업을 가능하게 해 인근 골목상권의 유동 인구까지 함께 늘리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시가 지난 9월 밝힌 '대구시 의무휴업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의무휴업일 월요일 전환 이후 슈퍼마켓, 음식점 등 골목상권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점과 편의점은 각각 25.1%, 23.1% 늘었다. 전통시장 매출 역시 2.4% 늘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와 SSM의 매출도 6.6% 늘었다.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후 매출이 감소한 곳은 백화점과 대형 쇼핑센터뿐이었다.

즉, 대형마트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이며, 골목상권·전통시장은 상생해야 발전하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만으로도 골목상권이 성장했다. 더 나아가 폐지까지 간다면 어떤 기대 효과가 있을까. 소비자의 불편 해소는 말할 것도 없다. 대형마트 주변으로 소비자가 상시 드나들면서 인근 골목상권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대형마트 입점 중소상공인들의 매출 증가도 기대된다. 낙수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효성이 없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고집하면 유통업계도, 골목상권도, 소비자도 모두 규제의 피해자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