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 겸임한 허리펑 부총리[CCTV 캡처]
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 겸임한 허리펑 부총리[CCTV 캡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허리펑(68) 국무원 부총리가 공산당 경제 총괄 기구인 중앙재정경제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겸임, 경제 분야 전권을 장악했다.

연합뉴스는 30일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를 인용, 전날 오후 허 부총리가 베이징에서 에마누엘 본느 프랑스 대통령 외교 자문관을 만나 양국 경제 협력과 관련해 실용적이고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그의 직함을 중앙 정치국 위원 겸 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으로 소개했다.

허 부총리가 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 자격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그가 류허(71) 전 부총리 겸 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 후임으로 경제 전반을 진두지휘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중앙재경위원회는 시 주석 집권 2기인 2018년 당의 집중 통일 영도를 강화하기 위해 중앙재경 영도소조를 격상해 만든 공산당 조직으로, 시 주석이 주임을 맡는 최고 경제 정책 결정 기구다.

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은 시 주석을 보좌하며 실질적으로 경제 정책을 총괄한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제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회담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류허 중국 부총리가 18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제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회담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앞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4일 류허가 지난 3월 중앙정치국 위원과 부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직은 유지하며 경제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도했으나 신화사 보도로 그가 이미 퇴진한 것이 확인됐다.

허 부총리는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에 선출됐고, 지난 3월 부총리에 오른 데 이어 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을 겸임하면서 류허를 대신하는 명실상부한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떠올랐다.

그의 영향력이 오히려 전임이었던 류허를 능가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악수하는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AP=연합뉴스]
악수하는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AP=연합뉴스]

고유 관할 영역인 금융·부동산 분야는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과 경제·무역 협상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며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7월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회담했고, 지난 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제3차 중국·독일 고위급 금융 대화에서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과 만나 25개 항목의 금융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SCMP는 지난 5일 허 부총리가 선진국들과 경제 협상에서 중국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으며, 이전 시 주석 경제 책사였던 류허와 비교해 무역 분야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둥성 출신인 허 부총리는 1980년대 시 주석이 샤먼시 부시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샤먼시 정부 판공실 부주임을 맡아 맺은 인연을 40년 이상 유지한 경제 분야의 '시자쥔(習家軍·시 주석 측근 그룹)'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