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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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가 의사에 앞서 지난 1일  제1차 간호인력 전문위원회를 개최해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2025년부터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1,000명 정도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간호인력 수급정책 경과 및 효과의 정책안에 대해 기자는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식으로 숲을 봐라"라는 말을 해주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를 제안해 본다.

◆정부 “지난 16년간 간호사 2배 증원에도 2035년까지 5만6000명이 부족”

정부가 지난 16년간 간호대 입학정원을 약 2배 늘린 결과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임상 간호사 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간호대 입학정원은 지난 2008년 1만10686명에서 올해 기준 2만3183명으로 증가했다. 인구 1000명당 임상활동 간호사도 같은 기간 2.16명에서 5.02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에 2022년 기준 간호사 면허 소지자 약 48만1000명 중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는 52.6%로 25만4000명이다. 

25만 4000명 가운데 국가·지자체 간호직 공무원, 119 소방대, 장기요양시설 등 보건의료 연관기관에서 종사하는 인원을 포함한 간호사 전체 활동률은 약 73% 수준이다. 간호사의 연령대별 재취업률 등을 고려할 때 의료현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 유휴 간호사는 약 4만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간호인력에 대한 중장기 수급 추계 결과, 간호사의 업무강도를 지금의 80%로 완화한다고 가정해도 2035년까지 간호사 5만6000명이 부족하게 된다. 

◆열악한 간호현장 개선 없는 증원책 “간호사 처우 더 악화로 간호사 수급난 지속”

그러나 의료현장의 간호사 수급난 개선과 미래 수급전망 등을 고려할 때 한시적으로 간호대학 입학정원 증원과 함께 근무환경 개선을 통한 간호사 이탈 방지정책이 더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행동하는 간호사회(행간)은 3일 “간호대 정원은 지난 2013년 940명 증원을 시작으로 매년 증원해 왔으며 2019년부터는 매년 700명씩 증원하고 있다”며 “최근 10년간 간호인력은 무려 65% 증가했다. 그러나 신규간호사의 절반이 1년 이내 병원을 떠나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고 규모만 확대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고 비판했다.

행간은 “고령화와 보건의료 연관기관에서의 수요 증가, 그리고 간호 업무 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수요 공급을 고려하더라도 열악한 간호현장 개선 없는 증원책은 간호사 처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 의료 환경에서는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임상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또한 지방의 중소병원 등의 간호사 수급난도 지속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회 “야간간호 수당 의무화법” 발의..간호사 이탈 방지 해결책으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가 더 현실적

이와 같은 상황 개선하는 방법으로 간호사의 연봉을 올려 주는 것이 간호사 이탈 방지 정책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 10월 10일 야간근무 간호사에게 야간간호수당을 직접인건비로 지급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시정명령, 의료기관 개설취소, 과태료 처분 등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러한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대한병원장협의회는 “ 중소병원의 경영을 위태롭게 한다“고 우려를 제기한 반면에 중소병원간호사회는 “중소병원 간호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악순환만 이어질 것”이라며 병원계와 간호계가 맞붙었다. 

하지만 야간간호 수당 의무화법으로 간호사 이탈 방지와 수급이 어느정도 완화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고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한국과 같은 4년제 졸업 간호사 BSN(Bachelor of Science in Nursing)인 간호사(RN:Registered Nurse)의 1년 연봉 평균치는 Nursing License Map 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77,460달러로 1달러당 1321원으로 환산해 1억232만4,660원이다. 

국가별 물가와 국민총생산(GNP) 수준을 고려해도 미국의 간호사(RN)의 연봉은 매우 높은 편이지만 미국도 여전히 간호사 수급이 부족한 상태이다. 실제로 기자가 유학할 당시에 경험한 바로는 간호학과의 경우 미국 국적이 아니더라도 석사만 졸업하고 미국에서 취업 비자를 받고 취직이 가장 잘 되는 직업군이다. 그만큼 미국에서도 간호사라는 직업이 힘든 직종이기에 이탈이 심하지만 한국만큼은 아니다. 또한, 한국의 경우 중소병원의 경우 경영상 야간근무 간호사에게 야간간호수당을 직접인건비로 지급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당장은 불가능하다.

이에 간호인력 수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해야 한다.

행간은 “미국 등 선진국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5~10명이지만 우리나라는 16.3명이며 많게는 43.6명에 이른다”며 “저임금에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40명이 넘는 환경을 견뎌낼 간호사는 흔치 않다. 경력직 간호사가 퇴사한 자리를 신규가 다시 채우고 절반이 1년 이내 퇴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라고 했다.

행간은 “의료법의 간호인력 기준은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다. 이를 위반하는 의료기관이 40%나 돼도 규제하지 않는다”며 “간호인력 문제를 공급 문제로 보고 간호대 정원 증원책만 내놓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뿐”이라고 비판했다.

결국은 정부가 근본적인 간호인력 수급대책으로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으로 통제하고 이를 지키는 병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법을 제정하는 것이 더 장기적으로 현실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