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대표
이준석 전 대표

2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징계를 취소하는 대사면 안건을 의결했다.

과거 이준석은 친윤 인사들과 계속된 갈등을 빚었다. 자신을 향한 징계를 둘러싸고 수 개월 간 격한 감정싸움을 벌였다. 그는 친윤 핵심 인사들이 자신을 당에서 내 쫓으려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그의 무책임한 언행 등 가벼운 처신엔 박한 점수를 줬다. 늘 당내 문제를 대화가 아닌 당외에서 조롱하거나 비아냥 대는 식으로 당을 저격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당의 사면에 이준석은 시쿤둥한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총선 전 탈당과 함께 신당 창당을 만지작 대고 있다. 그는 당을 겨냥해 "고쳐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닌 거 같다. 이제 엎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쓴소리를 내며,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준석은 4일 자신을 만나기 위해 부산의 토크 콘서트장을 찾은 인요한 위원장에게 영어로 "미스터 린턴, 당신은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그와 이야기하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도 인 위원장은 "조금 섭섭했다. 또 만나서 풀어야겠구나 생각했다"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결국 이날 회동은 무산됐다. 정치의 근본은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서상 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 못한다.

그의 인 위원장을 향한 영어 응대는 사실상 인종 혐오 발언을 연상시켰다. 4대째 한국에 살면서 한국 사회를 위해 선교·의료·정치적 기여를 한 집안의, 60대 명문대 의대 교수인 백인 남자를 이방인 취급하는 것은 가장 치졸한 정치 행태다. 

30대의 나이에 당 대표로 선출된 이준석에 대한 기대는 컸다. 낡은 정치를 크게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 대립, 구태의연한 586정치를 쓸어 버릴 것이라 봤다. 그런데 그가, 지금은 극단적 내분을 몰고다니고 있다. 이전투구와 공멸의 정치로 변질되고 있는 행태, 더할 나위 없이 안타까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