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안팎의 시선이 쏠린 최대 현안은 누가 뭐래도 과도하게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다. 1년 반 동안 쉼 없이 오른 기준금리는 꼼짝 않고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가계 빚은 천장 높은지 모르고 다시금 치솟고 있어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 고금리 공포에 한동안 쪼그라들었던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증가로 돌아서며 7개월 연속 불었다. 더욱이 지난달에만 6조8000억원이 늘면서 전월(4조8000억원)보다 증가 속도도 더욱 가팔라졌다.

앞으로도 증가세가 쉽사리 누그러질 것 같진 않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 규제 강화와 이에 발맞춘 은행권 금리 인상 기조에도 가계대출은 꺾이긴커녕 오히려 더 보란 듯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고금리 부담에도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고 있는 주담대 수요를 꺼트리긴 역부족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현 정부 들어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이 0% 수준으로 과거 어느 시기와 비교해도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도 최근 점점 더 커지는 가계대출 우려에 결국 DSR 적용 범위 확대 등 더욱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문제는 가계부채만이 아니다.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위기에 더해 코로나19를 거치며 자영업자‧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급증한 기업부채 역시 위험 수위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뇌관이다.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은 2조6000억원 줄어든 반면에 일종의 ‘풍선효과’로 인해 같은 기간 기업대출은 104조6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올해 들어서도 10월까지 76조원 이상 늘었다.

대출규제와 더불어 급격한 금리 상승,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요인 복합적으로 뒤섞여 가계대출 수요가 급감하자 성장 한계에 부딪힌 은행들이 지난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기업대출 시장에서 새 활로를 모색한 결과다. 여기에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장기간 이어진 영향도 크다.

우리나라의 기업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분기 말 124.1%로, 외환위기(113.6%)와 글로벌 금융위기(99.6%)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다른 주요국은 대부분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GDP 대비 기업부채가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만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부채 총량은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 부채 상환능력은 악화 추세라는 점에서 걱정이 더 커진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와 부실기업들이 점점 한계에 몰려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가계대출 재상승세 속 기업대출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위기에 빠트릴 ‘빚 폭탄’이 터지기 전 선제적으로 관리‧대응할 수 있는 해법 찾기에 정부와 은행권의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