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샌프란시스코 우드사이드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샌프란시스코 우드사이드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그동안 강경 일변도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복원을 위해 속도를 높이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관계 경색으로 그동안 단절됐던 군사 대화 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 APㆍ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대면 정상회담에서 이 같이 합의했다.

산책하는 바이든과 시진핑[AFP=연합뉴스]
산책하는 바이든과 시진핑[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시 국가주석과의 회담 결과에 대해 "우리가 해온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일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회담 성과로 중국과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협력, 군대군(軍對軍) 대화 재개, 인공지능(AI)에 대한 양국 전문가 대화 추진 등을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열린 미중 확대 정상회담[신화=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열린 미중 확대 정상회담[신화=연합뉴스]

그는 군사 대화 재개에 대해 "우리는 직접적이고 열려 있으며 투명한 소통을 복원하기로 했다"며 "중국이나 어떤 주요 국가와의 중대한 오판은 정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펜타닐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신과 시 주석이 각자의 팀에 정책·사법 공조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며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시 주석의 의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이 펜타닐 관련 합의를 이행할 것으로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난 옛말대로 신뢰하지만 검증할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이어 그는 시 주석과는 과거 만남 등 오랜 인연이 있다면서 "나는 이 사람을 알고 그의 방식을 안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가장 안심되는 것은 그가 제안했고 나도 완전히 동의한 사안인데 둘 중 누구든 양국 간 어떤 것이나 우리 역내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 간에 어떤 우려가 있으면 수화기를 들어 상대방에 전화를 걸면 받기로 했다. 그것은 중요한 진전이다"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

그는 회담에서 중국 당국의 미국 국적자 출국금지, 인권,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중국의 비(非)시장 경제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이 어떤 상황에서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입장은 '하나의 중국' 정책이고 나는 그걸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중국군 대만 포위 훈련[중국군 동부전구 웨이보 캡처]
중국군 대만 포위 훈련[중국군 동부전구 웨이보 캡처]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중국과 격렬하게 경쟁하면서도 경쟁이 분쟁이나 우발적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책임 있게 관리하고,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에서는 가능한 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중국 전투기가 남중국해에서 미군 군용기를 위협하는 행태 등이 충돌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회담에서 이를 경고했느냐는 질문에 "일단 그 어떤 것도 충돌로 끝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난 쿼드를 규합하고, 호주가 새로운 잠수함을 가질 수 있게 하고, 필리핀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사소한 일 몇 가지를 했다"며 "우리 행동이 말보다 강하며 시 주석은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 주도 '쿼드' 그래픽[연합뉴스]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 주도 '쿼드' 그래픽[연합뉴스]

쿼드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구성된 미국·호주·일본·인도 4개국의 안보 협의체다.

미국은 호주, 영국과 안보 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해 호주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필리핀과는 미군이 주둔할 기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악수하는 오커스 정상들[AP=연합뉴스]
악수하는 오커스 정상들[AP=연합뉴스]

앞서 바이든 정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양국이 '군대군(軍對軍) 대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매우 분명하게 요청했으며 중국이 제도화를 위한 조치를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서 만난 미중 국방장관[중국 국방부 제공]
캄보디아서 만난 미중 국방장관[중국 국방부 제공]

양국은 중국이 현재 공석인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는대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기로 하는 등 군 고위급 소통을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국 군의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회담 결과 자료에서 발표했다.

군사 대화 재개는 그동안 미국이 의도치 않은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내용으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두고 줄곧 갈등하는 두 패권국 간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4일 대만해협 동부 포사격 훈련 모습[동부전구 웨이보 계정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의 4일 대만해협 동부 포사격 훈련 모습[동부전구 웨이보 계정 캡처]

두 정상은 4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대만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항상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중국은 발리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긍정적인 태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이 수년간은 대만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이날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이날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AFP=연합뉴스]

시 주석은 중국이 대만과 평화 통일을 선호한다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미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대규모 침공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전하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접근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고 미국은 현상 유지를 믿는다면서 중국이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의 핵전력과 관련해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중국은 핵전력 확충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중국국영 반도체제조업체 YMTC 등 반도체와 AI분야 36개사를 수출통제 명단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중국국영 반도체제조업체 YMTC 등 반도체와 AI분야 36개사를 수출통제 명단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바이든 대통령은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한일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에 대한 방어 공약을 강조했다.

백악관 보도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영속적인 공약을 강조했다

김정은,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무기급 핵물질 생산확대"[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무기급 핵물질 생산확대"[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러나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등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중국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일방적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대표단이 28일 베이징에서 수출통제 시행과 관련해 회담을 벌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미-중 대표단이 28일 베이징에서 수출통제 시행과 관련해 회담을 벌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출통제 등의 경제 조치는 앞으로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 간 경제 경쟁의 장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서, 중국이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게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인공지능(AI)의 위험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아직 이와 관련한 어떤 합의를 발표할 준비는 되지 않았으며 더 논의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바이두의 AI 포럼[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바이두의 AI 포럼[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회담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논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에서 갈등이 확산하지 않도록 이란이 도발로 여겨질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명했다.

이에 회담에 참석한 중국 당국자들은 중국이 중동 지역의 위험과 관련해 이란과 대화를 했음을 밝혔다고 미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가자시티 지상전에 투입된 이스라엘 군인들[이스라엘군 제공]
가자시티 지상전에 투입된 이스라엘 군인들[이스라엘군 제공]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우려도 분명히 밝혔다.

그간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해왔다.

양국은 미국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관련 합의도 했다.

중국은 중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을 막기 위해 펜타닐 원료를 제조하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개막한 1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 텐더로인 거리에 한 노숙인이 마약에 취한 듯 움직임 없이 서 있는 모습[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개막한 1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 텐더로인 거리에 한 노숙인이 마약에 취한 듯 움직임 없이 서 있는 모습[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과 관계를 안정화하고 싶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에 대한 미국 내 논의를 잘 인지하고 있으며 중국공산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13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연설을 하는 시진핑 국가주석[블룸버그 캡처]
13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연설을 하는 시진핑 국가주석[블룸버그 캡처]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연 단독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다시 '독재자'로 호칭하는 돌발 발언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예정됐던 질문을 마무리한 뒤 회견장을 나서다 쏟아지는 질문에 두 차례 멈춰서서는 기자들의 쏟아지는 추가 질문에 답변하고 나섰다.

https://www.wsj.com/world/joe-biden-xi-jinping-meeting-san-francisco-a35277e0

https://edition.cnn.com/2023/11/15/politics/biden-xi-meeting/index.html

https://apnews.com/live/apec-summit-live-updates

https://www.reuters.com/world/us/xi-told-biden-taiwan-is-biggest-most-dangerous-issue-bilateral-ties-us-official-2023-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