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3년 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목을 잡은 '사법리스크'에 대한 1차 결론이 내년 1월 26일에 나온다. 이날 재판부 선고에 따라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만약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이 회장의 경영 보폭이 더욱 바빠지겠지만, 유죄라면 제약이 걸린 상태에서 녹록치 않은 경영을 이어갈 것이 자명하다.

특히 1심 판결 선고 이후 검찰 또는 이 회장 측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열리고, 대법원 상고심까지 가게 될 경우 기나긴 법정 싸움을 이어나가야 한다.

재계 안팎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반도체 기술 경쟁 등 경영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 같은 사법 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리스크 족쇄로 뉴삼성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 회장이 작년 10월 회장에 오를 때만 해도 재계에서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갈 만한 '뉴삼성' 메시지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삼성의 대대적인 변화나 체질 개선 등을 이끌어낼 이 회장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27일 발표된 사장단 정기 인사에서도 이 회장의 절박함이 드러났다. 이 회장은 이날 인사를 통해 '혁신' 대신 '안정'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유임을 통해 투톱 체제를 유지한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 등 지속성장 가능한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지만, 올해 승진자는 저조하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사장단 인사 이후 가장 적다.

신설된 부회장급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기 악화, 반도체 시장 불황 등의 여파로 삼성전자가 올해 부진한 성적을 거둔 데다 신성장 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자 부회장급을 중심으로 한 새 조직을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현장 경영에 나설때 마다 "가혹한 위기 상황", "자칫하면 도태된다" 등의 발언으로 위기에 대한 적기대응을 끊임없이 주문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햇수로 8년간 사법리스크로 인해 절박하고 답답함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사명 많다.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 이 회장이 최후 변론에서 한 말이다.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반도체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업을 무조건 '적폐'로 낙인찍고 옥죄기만 해서는 국가경제에 도움될 게 없다. 이 회장에게 족쇄를 풀고 닻을 달아줘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