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 우리가 이곳에서 도주할 채비를 하고 있을 때 법률과 국가가 다가와 우리를 막아서며 다음과  같이 묻는다고 가정해보세. 

“소크라테스, 말해보게. 그대는 무엇을 하려 하는가? 이런 일을 기도함으로써 그대는 있는 힘을 다해 법률과 국가 전체를 파괴할 작정인가? 
아니면 그대는 나라의 법정에서 선고된 판결이 아무 효력도 갖지 못하고 개인들에 의해 무효화되고 훼손된다면, 그런 국가가 전복되지 않고 존속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크리톤,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뭐라 답할 것인가? 
일단 법정에서 선고된 판결이 구속력을 갖기를 요구하는 법률이 파기되는 것에 항의하여 연설가는 많은 말을 할 수 있을 걸세. 아니면 우리는 그들에게 “그렇소, 정의롭지 못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국가가 우리에게 불의를 저질렀기 때문이요”라고 말할 것인가?  그렇게 말할 것인가? 아니면 뭐라고 말할 것인가?  

크리톤 : 제우스에 맹세코, 그렇게 말해야 하네, 소크라테스. 

(크리톤은 정의롭지 못한 판결을 파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의 말은 이어진다. )

소크라테스 : 법률이 이렇게 말하면 우리는 뭐라 대답할 것인가?

“소크라테스, 그것도 우리의 합의사항인가, 아니면 국가가 어떤 판결을 내리든 그대는 거기에 따르기로 합의했는가? 
우리가 법률이 하는 말을 듣고 놀라면 법률은 아마도 이렇게 말할 걸세. 
“소크라테스, 그대는 내가 하는 말에 놀라지 말고 대답해 보게. 그대는 묻고 대답하는 일에 익숙하니까. 자, 그대는 도대체 국가와 법률에 무슨 불만이 있기에 우리 둘을 파괴하려 하는가? 우선 첫째로 그대를 낳아준 것이 우리가 아니었던가? 또한 우리를 통해 그대의 아버지는 그대의 어머니와 결혼하고 그대를 낳지 않았던가? 말해보게 그대는 우리 법률 가운데 결혼에 관한 법률에 불만이 있는가? 나는 “불만 없습니다.”라고 말 할 것이네. (...) 
좋았어. 그대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받았는데도 그대의 선조와 마찬가지로 그대도 우리의 자녀이며 노예라는 것을 대뜸 부인할 수 있겠는가? 사실이 그러한데 그대의 권리와 우리의 권리가 대등하여, 우리가 그대에게 어떤 행동을 하려 하든 그대가 앙갚음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대에게는 그대 아버지와, 그대에게 주인이 있다면 그대 주인과 대등한 권리가 없다네. 그래서 그들이 그대에게 무슨 짓을 하건 그대는 앙갚음 할 수 없는 거야. 그들이 욕한다고 맞받아 욕하지 못하고, 그들이 친다고 되받아치지 못하는 등등 그런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네. 
한데 그대는 조국과 법률에 앙갚음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우리가 그대를 파멸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하려 하면, 그대도 그 앙갚음으로 있는 힘을 다해 우리 법률과 조국을 파멸시키려 할 것인가? 또한 그대는 그러는 것이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인가? 명색이 미덕에 전념하다는 사람이?  
(...) 조국이 내리는 벌은 태형이든 투옥이든 묵묵히 참고 견뎌야 하네. 그리고 조국이 그대를 전쟁터로 인도하여 그대가 부상 당하거나 전사하더라도 그대는 거기에 응해야 하네. 그러는 것이 옳은 일이네. 그대는 뒤로 물러서거나 후퇴하거나 대열을 이탈해서는 안되고, 전쟁터에서도 법정에서도 그 밖의 어느 곳에서도 국가와 조국의 명령에 복종하거나, 아니면 무엇이 옳은 일이지 설득해야 하네. 그리고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불경한 것이라면, 조국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훨씬 더 불경한 짓이라네” 

크리톤, 우리는 뭐라고 대답할까? 법률의 말이 진실이라고 할까. 진실이 아니라고 할까?  

크리톤 : 내 생각에는 진실인 것 같으이. 

소크라테스 : 법률은 아마 이렇게 말을 이을 걸세.
(소크라테스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하여 문답한다. 국가 권력에 무조건 복종할 것인가? 아니면 불의한 권력에는 저항할 것인가를 크리톤에게 묻는다. 문답은 계속된다.) 

( 참고문헌 )
o 플라톤 지음·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숲,    2017, p 9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