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좌측)[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국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좌측)[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총장의 말 한 마디 잘못되는 바람에 학교 지원이 끊기게 생겼다."

하버드대, 펜실베이니아대(유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미국 동부의 유서 깊은 명문 '아이브리그'대학 총장들의 유대인들에 대한 모호한 일련의 발언과 태도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친(親)유대인 정서를 지닌 졸업생들이 약정한 수백원대의 기부금 제공을 철회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관련대 총장들이 공식 사과에 나서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과 연합뉴스는 8일(현지시간) 미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과격한 선동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아 교내·외의 비판이 집중된 하버드대 클로딘 게이 총장이 공식으로 사과했다고 전했다.

게이 총장이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을 통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간의 말에는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상대의 고통과 괴로움을 증폭시키는 말을 했을 때는 후회할 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게이 총장은 지난 5일 하원 교육위원회가 아이비리그 명문대 내부의 유대인 혐오 여론 등과 관련해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공화당 엘리즈 스테파닉 의원은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들의 과격한 주장이 대학의 윤리 규범 위반이 아니냐고 질의에 "끔찍한 발언"이라면서도 "하버드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게이 총장은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집중력을 잃었다"며 "분명하게 정신을 차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맑은 정신에서 이야기하지만, 유대인에 대한 폭력 선동과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위협은 하버드대에 발붙일 수가 없고, 반드시 합당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문회 직후 교내외의 비판 여론에 해명했던 게이 총장이 교내 신문을 공식 사과를 한 것은 교내·외의 사퇴 여론 확산 등 역풍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연방 하원 교육위원회는 하버드대를 포함해 펜실베이니아대(유펜),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정책 및 교육 과정 전반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유펜의 경영대학원(MBA)인 와튼스쿨 이사회는 본교 측에 엘리자베스 매길 총장의 교체를 정식으로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매길 총장도 하원 청문회에서 스테파닉 의원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행동으로 옮겨지면 괴롭힘"이라고 답해 교내·외의 비판이 고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