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개인은 법률에 무조건 복종할 것인가? 아니면 불의한 법률에는 저항할 수 있는가? 소크라테스는 이 문제에 대하여 법률과 문답을 계속한다.  

소크라테스 : 법률은 아마 이렇게 말을 이을 걸세.    

“그렇다면 소크라테스, 만약 우리가 말하는 것이 참이라면, 그대는 지금 우리에게 옳지 못한 짓을 꾀하는 것이네. 우리는 아테네인들에게 자결권을 보장하고 있네. 누가 우리와 나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곳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어떤 제재도 하지 않는다네. 그러나 누가 우리의 재판체계와 국정 운영 방식을 보고도 이곳에 머무른다면, 우리는 그가 우리의 어떤 명령에도 복종하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네.
그래서 우리는 누구든 복종하지 않는 자는 삼중으로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하지. 첫째, 그는 자기를 낳아준 우리에게 복종하지 않았고, 둘째, 그는 자기를 길러준 우리에게 복종하지 않았으며, 셋째, 그는 우리에게 복종하겠다고 합의해 놓고는  복종하지도 않고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고치도록 우리를 설득하려고도 않으니 말일세.
 우리는 그에게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다그치는 대신, 우리를 설득하든지 아니면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든지 양자택일 하라고 할 뿐인데, 그는 어느 것도 하지 않으니 말일세.
소크라테스, 단언컨대 그대도 지금 계획하는 바를 실행에 옮기면 가장 비난을 많이 받을 걸세.”

그래서 내가 “어째서 그렇지요?”라고 말하면, 법률은 아마도 나만큼 명시적으로 그들에게 합의해준 아테네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를 나무랄걸세

“소크라테스, 우리에게는 우리도 나라도 그대 마음에 들었다는 유력한 증거들이 있네. 이 나라가 그대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면, 그대는 유별나게 시종일관 이곳에서 머물지는 않았을 것이니 말일세.   

그대는 이스트모스(그리스 본토와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잇는 코린트 지협. 당시에 이곳에서 2년마다 포세이돈 축제가 열렸음)에 딱 한 번 간 것 말고는 축제를 구경하려고 우리 도시를 떠난 적 없고, 군대복무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타지에 간 적이 없네. 그대는 남들처럼 국외여행을 한 적이 없으며, 다른 나라와 다른 나라 법률을 알고 싶지도 않았네.  
그대는 우리와 우리나라로 만족했으니까. 그대는 그처럼 단호히 우리를 택했고, 시민으로서의 모든 활동에서 우리를 준수하기로 합의했다네. 
(...) 

더군다나 그대는 재판받을 때도 그대가 원했다면 추방형을 제의할 수도 있었네. 그랬더라면 지금 그대가 나라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려고 하는 것을 그때 나라의 승인을 받아 행할 수 있었을 것이네. 하지만 그 때 그대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계속 호언장담하며 추방형 보다는 사형을 택했네. 

그런데 지금 그대는 그 때 한 말은 아랑곳 않지 않고, 법률인 우리를 무시하고 우리를 파괴하려 드는구려. 그대는 시민으로서의 모든 활동에서 법률을 준수하기로 합의해 놓고 계약조건과 합의사항을 어기고 도주하려 하는데, 그것은 가장 천한 노예나 할 법한 짓이라네. 그대는 먼저 다음 질문에 대답해 주게. 그대는 시민으로서의 모든 활동에서 법률인 우리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따르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우리가 주장한다면 
우리가 하는 말이 진실인가? 진실이 아닌가? ”

크리톤, 우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진실이라고 시인할 수밖에 없겠지?   
크리톤 : 시인할 수밖에 없군,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 그러면 법률이 이렇게 말하겠지. 

(소크라테스는 법률과 문답을 계속한다.)

( 참고문헌 )

o 플라톤 지음 · 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숲, 2017, p 99-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