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호실적을 거두면서 올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다.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관련 연말 숙제 검사를 앞두고 저마다 머릿속이 복잡한 까닭이다.

앞서 인터넷은행들은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전체 가계 신용대출 잔액 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오는 올해 말까진 일제히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중·저신용대출 이행현황에 대한 분기별 공시도 의무화됐다.

중·저신용대출 공급 확대를 설립 취지로 내걸었던 인터넷은행들이 막상 문을 연 뒤에는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 행태를 지속하자 금융당국이 ‘포용금융’을 강조하며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금융당국은 사전에 밝힌 계획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신사업 인·허가 등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엄포도 곁들였다.

그렇게 금융당국과 약속한 3년간의 이행계획이 1차적으로 마무리되는 올해 9월 말 현재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28.7%, 케이뱅크 26.5%, 토스뱅크 34.5%다. 은행별 설정된 연말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인데 아직까진 목표치에 도달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셈이다.

그나마 목표치를 가장 낮게 잡고 분기별 비중을 차근차근 키워 온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달 말 29% 후반에 진입하면서 목표 달성에 바짝 다가섰다. 반면 나머지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목표 도달까지 갈 길이 먼 가운데 오히려 뒷걸음쳐 사실상 실패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고 있다.

목표한 수치를 맞췄는지 여부만 따지자면 분명한 낙제점이다. 앞서 2021년에도 인터넷은행 3사 모두 그해 제시된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고, 지난해에는 3사 중 토스뱅크가 목표치에 미달한 성적을 냈다.

출범 취지와 다르게 ‘포용금융’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피하는 동시에 관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올해는 반드시 3사 모두 목표치에 도달해 ‘유종의 미’를 거두려 노력했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그러나 목표치 달성을 위한 노력 과정에서 이뤄낸 분명한 성과마저 오롯이 ‘실패’라는 두 글자에 담기에는 아쉽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대출 공급 규모는 2020년 8212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8조4882억원으로 10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이 8조3666억원에서 2조8089억원으로 중·저신용대출 공급이 줄어든 것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3분기까지도 4조5000억원 규모의 중·저신용대출을 공급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평균(24.2%)에도 절반에도 못 미치던 인터넷은행(12.1%)의 중·저신용대출 비중이 일제히 30%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섰고 토스뱅크의 경우 한때지만 은행권 처음으로 40%대로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반면 시중은행의 중·저신용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16.9%까지 떨어진 상태다.

인터넷은행들이 목표치를 설정했던 당시와 비교해 현재의 경영 환경이 확연히 달라진 점도 정상참작이 필요한 부분이다.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대출 비중 확대에 고전하고 있는 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중·저신용 차주들의 상환 여력 악화로 이어지면서 ‘건전성 관리’까지 이중과제를 끌어안게 된 탓이 크다.

연체율 악화 등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부문 부실 위험에 대비해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취약계층 포용’이라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맞춰 중·저신용대출은 계속 늘려야 하는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당분간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맞춰 중·저신용대출 의무비율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2024년 이후에도 그동안의 실적 등을 재점검해 새로운 목표치를 수립할 예정이다.

이에 인터넷은행 업계는 중·저신용대출 공급 목표 기준을 현재 ‘잔액’ 기준에서 ‘신규취급액’으로 변경하고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까지 포함해 산정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지속 제기하고 있다.

당장의 목표치 ‘숫자’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이다.  흔들리는 은행은 지속가능성을 위협 받는다. 게다가 인터넷은행들은 포용금융과 더불어 상생금융 등 사회적 책임과 혁신을 통해 은행권 경쟁을 촉진할 ‘메기’ 역할까지 다양한 주문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가 적절히 구현되면서도 건전성 개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현실적인 절충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