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FA-50 전투기·K2 전차·K9 자주포 폴란드 수출[연합뉴스]
[그래픽] FA-50 전투기·K2 전차·K9 자주포 폴란드 수출[연합뉴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안심은 된다."

한국 방산(K-방산)업계의 '폴란드 리스크'가 다소 해소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나온 반응이다. 

이런 반응이 나오게 한 장본인은 폴란드의 새 정부 수장인 도날트 투스크 신임 총리다. 총선을 통해 8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13일 공식 출범시킨 공신 중의 한 명이다.

투스크 총리는 전날 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이전 정부 무기도입계약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투스크 총리는 “폴란드는 유럽연합(EU)과 협업을 통해 EU의 주도자가 될 것”이라며 "EU가 강해질수록 우리는 더 강해지고, 자주·독립적으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날트 투스크 신임 폴란드 총리[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도날트 투스크 신임 폴란드 총리[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어 “미국과 나토(NATO)의 헌신적인 동맹이 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친(親)EUㆍ서방 노선을 분명히한 것이다. 

이 연설에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한국과의 무기도입계약 부분이다.

투스크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며 “군비증강을 통한 군 현대화 정책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패가 연루된 경우를 제외한 전 정부가 체결한 모든 무기 도입 계약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총선(10월 15일) 이후 집권 연립여당(Pis)이 서명한 모든 계약을 파기할 것이라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로 촉발된 우려성 관측은 다소나마 가라앉은 분위기다.

로이터 보도 이후 한국의 웬만한 언론은 K-방산의 대(對)폴란드 수출전선에 붉은신호가 들어왔는 내용의 보도를 잇따라 내놓았다. 

특히 지난 4일 폴란드 군비청과 '명품 자주포' K-9 152문 등 모두 3조4475억원 규모를 중심으로 하는 2차 실행계약을 체결한 직후 나온 이 보도는 국내외적으로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다 물러나는 국방장관과 야권 연합의 하원의장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잇단 파기 가능성 발언도 우려를 확산시켰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기습침공(2022년 2월 24일)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콧대높은 유럽에 K-방산이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데 일등공신국이다.

우크라이나 국경을 맞대면서 러시아의 침공 위협을 누구보다 실감하는 폴란드는 가성비, 빠른 납기, 나토 회원국 무기와의 호환성 등을 무기를 내세운 한국을 기다렸다는듯이 환대했다.

지난해에만 K2 흑표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20조원 규모의 한국산 무기 구매를 결정해 '큰손'으로 부상했다.

이런 폴란드에 출범한 새정권이 한국으로부터의 무기도입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의 보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KAI) 등 관련업체들은 물론이고 현 정부에도 악재로 등장했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다. 투스크 총리가 언급한  ‘모든 계약’의 범위에 10월 15일 총선 이후 계약도 포함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규모 재정지출을 수반한 것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하겠지만 EU 및 나토와의 협력 강화를 천명한 폴란드 새정부로서도 높은 대한(對韓)방산 의존도를 어느 정도나마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서처럼 영향력 있는 외신을 통한 흘리기로 K-방산 '독주'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예측이다.

특히 '욱일승천'하는 K-방산에 심기가 불편해진 독일, 프랑스 등 유럽권의 전통적인 방산대국들의 '딴지' 가능성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언론의 태도도 문제다. 추측성 보도를 기정사실화해 차분하면서도 체계적인 대응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방산 이슈가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특성을 고려, 좀 더 예의주시한 뒤 보도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기에다 방위사업청, 수출입은행, 외교부 등 유관기관들이 관련업체들과의 유기적인 소통과 협력 체계를 더욱 확대하는 것도 좋다고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