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소크라테스는 법률과 문답을 계속한다. 

소크라테스 : 그러면 법률이 이렇게 말하겠지. 
“그렇다면 그대는 강요당하거나 기만당하거나 단기간에 결정하도록 독촉받지도 않고서 우리와 체결한 계약조건과 합의사항을 어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대는 70년 동안 우리가 그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우리 사이의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이 나라를 떠날 수 있었네. 하지만 그대는 이 나라를 떠나지 않았네. 
그러니 그대는 지금이라도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그대가 이 나라를 떠남으로써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없을 걸세. 

생각해보게, 그대가 합의사항을 어기고 과오를 저지른다면 그것이 그대와 그대 친구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대 친구들은 십중팔구 추방당해 시민권을 상실하고 재산을 몰수당할 위험에 처할 것일세. (...) 
아니면 그대는 그런 나라들을 떠나 뎃살리아(그리스 북부)로 크리톤의 친구들을 찾아갈 것인가? 방종과 무질서가 지배하는 그곳에서는 그대가 양치기의 가죽옷과 도망자들이 입곤 하는 옷 따위로 변장을 하고 겉모양을 바꾸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탈옥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사람들이 듣고 좋아할 테니까.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노인이 뻔뻔스럽게도 가장 중요한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탐욕스럽게 삶에 집착한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까? 그대가 누구를 화나게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말할 사람이 없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만약 그대가 누구를 화나게 한다면, 그대는 치욕적인 말을 많이 듣게 될 것이네. 그대는 모든 사람에게 굽실굽실 종노릇하며 살게 되것이네.   
그러니 소크라테스여! 그대를 양육해 준 우리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식도 목숨도 그밖의 어떤 것도 정의보다 더 중히 여기지 말게. 그대가 저승에 갔을 때 이 모든 것이 저승의 지배자들 앞에서 그대를 변호해 줄 수 있도록 말이네. 그대가 지금 계획하는 일을 실행에 옮기면 그것은 이승에 있는 그대와 그대의 어떤 친구에게도 옳아 보이지 않을 걸세. 또한 그대가 저승에 가더라도 그것은 그대에게 더 좋지 않을 것이네. (...)
   그대가 불의를 불의로, 악행을 악행으로 앙갚음한 뒤 우리와의 합의사항과 계약조건을 어기고 그대가 가장 해쳐서는 안 될 그대 자신과 그대 친구들과 조국과 법률인 우리를 해치고 나서 그렇게 수치스럽게 떠난다면, 그대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우리가 그대에게 분개할 것이고, 저승에서는 우리 형제인 저승의 법률이 그대가 있는 힘을 다해 우리를 유린하려 했다는 것을 갈 알기에 그대를 반갑게 맞이 않을 것이네. 
그러니 그대는 크리톤이 권하는 대로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권하는 대로 하게나.”

사랑하는 친구 크리톤이여, 잘 알아두게. 나에게는 법률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들리는 것 같네.  법률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해서 나는 그밖의 다른 말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네.
  자네는 알아두게. 지금 내 생각이 그러하니 자네가 이의를 제기해도 소용없네. 그렇지만 자네가 말을 해서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말해보게! 

크리톤 : 나는 할 말이 없네. 소크라테스 !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그만두게나, 크리톤! 그리고 법률이 권하는 대로 하세. 신께서 우리를 그쪽으로 인도하시니까. 

(결국 소크라테스는 크리톤의 탈옥 권유를 뿌리쳤다. 법률이 권하는 대로 하겠다고 결심한 한 것이다. 이상으로 플라톤이 지은 『크리톤』을 
마칩니다. 다음은 『파이돈』입니다. ) 

( 참고문헌 )
o 플라톤 지음 · 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숲, 2017, p 10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