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가칭 '플랫폼경쟁 촉진법'이 논란이다. 고물가 시대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자체브랜드(PB) 제품의 판매를 제한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장관회의를 열고 플랫폼경쟁 촉진법 입법 안건을 논의, 확정하고 이를 19일 국무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플랫폼경쟁 촉진법은 매출액이나 이용자 수가 일정 수준을 넘는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을 제한하는 사전 규제법이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사실상 동일한 법으로 볼 수 있다.

규제 대상 기업은 시가총액 30조원 이상, 직전 3개 연도 연평균 플랫폼 서비스 제공 매출액 3조원 이상, 직전 3개 연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월평균 1000만명 이상 또는 국내 이용사업자 수 월평균 5만개 이상 사업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에서 해당 법안을 주목하는 이유는 '자사우대 금지'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항목은 포털 IT기업의 광고 상품이나 유통업계의 PB 제품 모두 '자사 제품'으로 보고 제한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소비 시장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양립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온-오프라인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PB제품에 힘을 주고 있다. PB제품은 유통업체가 상품을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하거나 직접 생산 및 판매를 하면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상표를 부착 판매하는 제품을 의미한다. 

유통업체가 직접 기획‧판매해 마케팅비나 유통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업체는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더 많은 이익을, 소비자는 저렴하게 준수한 품질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플랫폼경쟁 촉진법이 현실화할 경우 PB제품의 노출이 제한되는 등의 규제가 가해질 수 있다. 시장 지배적 성격을 띠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제품과 타 입점 업체 제품 간 차별을 두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PB제품의 경쟁력은 자주 노출되면서 생기는 수요와 이를 감당하기 위한 대량생산 등 규모의 경제에 있다. 그러나 규제로 인해 노출이 제한될 경우 PB제품 수요가 줄며 생산 비용의 상승이 발생하고,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현재 정부의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 PB제품 규제로 인해 오히려 유통업체와 입점 업체 간 불공정거래 행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 11월 공정위가 지난달 발표한 유통 분야 거래 관행 서면 실태조사에 따르면 쿠팡, 카카오(선물), 마켓 컬리, SSG.COM 등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의 거래 관행이 지난해보다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의 거래 관행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80.6%로 지난해의 84.9% 대비 4.3%P 낮아졌다. 이는 업체에 납품하는 회사 10곳 중 2곳이 불공정거래 관행이 여전하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업체 간 과도한 경쟁이 불공정거래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업체가 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시장을 선점하고 최저가를 유지하기 위해 납품사에 이를 전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PB제품은 소비자를 잡는데 제격이다. 즉, 경쟁자보다 우위에 설 수 있게 하는 무기인 셈이다. 그런 무기를 규제로 빼앗아버리면 대체제를 찾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중소 입점 업체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

고물가 시대, PB제품은 소비자의 체감 물가를 낮춰주고 있다. 섣부른 규제로 PB제품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소비자 부담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현 상황에 맞는 입법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