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플라톤의 대화록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사약을 받고 죽음에 이르게 된 날의 대화록이다.  

『파이돈』 서두(序頭)는 피타코라스학파 에케크라테스가 소크라테스의 헌신적인 제자 파이돈에게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에케크라테스 : 파이돈, 소크라테스 선생께서 감옥에서 독약을 마시던 날 그대는 그분 곁에 있었소? 아니면 그때 일을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 들었소?

파이돈 : 나는 몸소 그분 곁에 있었어요. 에케크라테스.  
(파이돈은 그리스 엘리스 출신으로 그가 어렸을 때 엘리스가 멸망당하여 그는 노예 신세로 전락했다. 그는 엄청난 미남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사창가에 팔렸다고 한다. 다행히도 소크라테스가 그를 구해줘서 풀려났다고 한다. 은인인 소크라테스를 열렬하게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동시대에 그에 대해 언급한 자료들에 따르면 소크라테스의 사후에도 그의 사상에 가장 본래에 가깝게 충실했다고 한다. 후에 고향 엘리스가 복구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 엘리스 학파를 창설했다. 하지만 그의 저작은 모두 소실되어서 그의 구체적인 사상은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에케크라테스 : 그러면 그분께서 세상을 떠나기 전에 무슨 말씀을 하셨으며, 어떻게 생을 마감하셨소? 자세히 듣고 싶군요. 요즘은 플레이우스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북쪽에 있는 도시국가) 시민 중에 아테네를 방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아테네에서 이곳을 방문한 사람도 오랫동안 없었던 지라, 우리는 그때 있었던 일을 정확하게 듣지 못했소.  

그분께서 독약을 마시고 돌아가셨다는 것 말고는 그 이상은 어느것도 듣지 못했소.    

파이돈 : 그러면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도 듣지 못했나요? 

에케크라테스 : 그건 들었소. 누군가가 우리에게 전해주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분께서 재판이 끝나고 나서 한참 있다가 세상을 떠나신 것 같아 이상하다 싶었소. 왜 그랬지요? 파이돈!

파이돈 : 우연히 그렇게 되었어요, 에케크라테스. 마침 그분께서 재판 받기 전날 아테네인들이 델로스 섬으로 보내는 배를 꽃으로 장식하기 때문이었지요.

에케크라테스 : 그게 무슨 배인가요? 

파이돈 : 그 배는 아테네인들 말로는 테세우스가 7쌍의 제물을 태우고 크레타 섬에 갔다가 그들도 살리고 자기도 살린 바로 그 배라고 했소.

(아테네는 전쟁에서 진 후에 크레타 왕 미노스에게 9년마다 소년, 소녀 7쌍을 공물로 삼아, 소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 미노타우르스의 먹이로 보내기로 했는데, 세 번째로 공물을 바칠 때 테세우스 왕자가 7명의 소년 중 한 명으로 자원했다. 그는 크레타로 건너가서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아리아드네 공주의 도움으로 괴물을 죽인 후 그녀가 준 실을 되감아 미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때 그들은 만약 자기들이 구원 받으면 그 보답으로 해마다 델로스에 사절단을 보내기로 아폴론 신에게 서약하였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사절단을 보내고 있지요. 

그런데 아테네인들에게는 일단 사절단 파견이 시작되면 도시는 정결해야 하며, 배가 델로스에 갔다가 돌아올 때까지는 국가가 어느 누구에게도 사형을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어요. 그리고 사절단 파견은 아폴론 신의 사제가 배를 화환으로 장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데, 이미 말했듯이, 마침 선생께서 재판받기 전날에 배가 화환으로 장식 되었답니다. 그래서 선생께서는 재판을 받고나서도 한참 동안 감옥에 계시다가 세상을 떠난 것이지요.    

에케크라테스 : 그랬군요. 그러면 파이돈, 선생께서는 어떻게 생을 마감하셨나요? 무슨 말씀으로 하시고 어떤 행동을 하셨나요? 친구들이 계셨나요? 아니면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하셨나요? 

​( 참고문헌 )

o 플라톤 지음 · 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숲, 2017, p 11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