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에 대응해 출격하는 미군 구축함과 헬기[머스크항저우호 소셜미디어 엑스]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에 대응해 출격하는 미군 구축함과 헬기[머스크항저우호 소셜미디어 엑스]

미국 해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한 예멘 후티 반군을 군사적 대응으로 격퇴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이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면서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미군과 후티 소속 선박이 직접 교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과 연합뉴스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오전 6시30분께 홍해를 지나던 컨테이너선 '머스크 항저우호'로부터 후티 반군의 고속단정들 공격받는다는 긴급 구조요청을 받아 출동했다고 전했다.

CENTCOM은  "후티 반군의 선박은 머스크 항저우호에 20m까지 접근해 소형 화기를 쏘며 위협했고 승선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이에 머스크 항저우호의 보안팀이 응사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미 핵추진 항모 드와이트아이젠하워함[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 핵추진 항모 드와이트아이젠하워함[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구조 요청을 받은 미군은 항공모함 아이젠하워(CVN 69), 구축함 그레이블리호에 있던 헬기를 출격시켜 후티 반군의 고속단정 여러 척을 격퇴했다.

CENTCOM은 "반군의 선박이 구두 경고를 한 헬기를 향해 발포함에 따라 미 해군 헬기는 자위권 차원에서 응사했다"며 "4척의 반군 선박 중 3척은 침몰시켰고 나머지 한척은 달아났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호데이다 항구 소식통을 인용, 이날 교전으로 최소 10명의 반군 대원이 죽고 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후티 측은 주로 미사일과 드론 등을 이용해 홍해 상의 선박을 공격했으나 고속단정을 이용해 선박에 근접하는 수법을 구사했다. 이런 방식은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위협·나포할 때 자주 쓴다.

홍해에서 납치한 화물선에서 주변 바다를 감시 중인 후티 반군들[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홍해에서 납치한 화물선에서 주변 바다를 감시 중인 후티 반군들[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 소유인 머스크 항저우호는 앞서 전날 오후 8시30분에도 홍해 남쪽을 지나는 도중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며 긴급 구조요청 신호를 보냈었다.

당시에도 미군은 구축함 그레이블리함과 라분함을 급파, 예멘 내 후티 장악지역에서 날아온 대함 탄도미사일 두 발을 격추했다.

머스크 측은 공격받은 선박이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빠져나간 선박이 공격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선체가 훼손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선박 공격에 대한 조사와 상황 평가를 위해 향후 48시간 동안 홍해 항로 운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AP=연합뉴스 자료 사진]

한편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ABC 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후티와 무력 충돌할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역내에서 더 큰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히 후티와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상의 결과는 후티가 이런 공격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이곳(홍해)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해상 무역로이며 우리는 동맹과 파트너와 함께 이곳의 교역이 계속되도록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후티에 대한 선제공격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당장 무엇을 논의하고, 논의하지 않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면서 "우리는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홍해서 예멘 후티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스트린다호[AFP/게티이미지 제공]
홍해서 예멘 후티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스트린다호[AFP/게티이미지 제공]

이어 "이 지역에 미국의 중대한 국가 안보 이해관계가 걸려있다"며 "우리는 그런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유형의 전력을 배치하고 앞으로도 자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난 어떤 것도 제외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이런 위협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후티에 공개적으로, 그리고 역내 동맹과 파트너에게 사적으로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 동지중해로 급파했던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과 이를 호위하는 구축함 등 항모전단이 수일 안에 동지중해를 떠난다고 ABC뉴스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ABC뉴스는 복수의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이 수일 안에 모항인 미 버지니아주 노퍽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포드 항모전단의 복귀는 정해진 계획에 따른 것으로, 전단이 떠난 뒤에도 미국은 지중해로의 순양함, 구축함 추가 배치 등을 통해 계속 중동지역에 상당한 전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포드 전단에 이어 중동 지역에 추가로 배치한 또 다른 핵추진 항모인 아이젠하워 전단은 현재 예멘 동쪽 아덴만에 자리하고 있으며, 계속 중동에 머무를 것이라고 ABC는 덧붙였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EPA=연합뉴스 자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