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추모식 폭발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AP=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추모식 폭발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AP=연합뉴스]

이란에서 3일(현지시간) 두 건의 폭발 사고가 발생, 103명이 사망하고 188명이 부상한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이날 사건은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발생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니와 가셈 솔레이마니 사진을 든 지지자[게티이미지 제공]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니와 가셈 솔레이마니 사진을 든 지지자[게티이미지 제공]

이란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한 후 배후에 이스라엘과 미국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즉각 보복을 다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보복을 다짐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장군 추모 기념식 연설에서 이번 폭발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며 "이 끔찍한 범죄의 대가로 당신들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AP=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AP=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별도 성명에서 "사악하고 범죄적인 이란의 적들이 또 재앙을 일으켰다"며 "이런 재앙은 반드시 강경한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신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2023년 10월 7일)으로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3개월째로 접어든 상황에서 이란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어떤 형태든 직접 무력개입을 하면 제5차 중동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일 발생한 두 건의 폭발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들[AFP/게티이미지 제공]
3일 발생한 두 건의 폭발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들[AFP/게티이미지 제공]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 로이터ㆍ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과 연합뉴스는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을 인용, 이날 오후 2시45분께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820㎞가량 떨어진 케르만주의 주도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 주변에서 두 건의 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날 사고는 4년 전 미국의 공습으로 숨진 솔레이마니 사령관 무덤을 중심으로 추모식이 진행되는 도중 약 700m 거리의 도로에서 큰 소리와 함께 발생했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란의 케르만시[Bloomberg 캡처]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란의 케르만시[Bloomberg 캡처]

이어 10분쯤 뒤 묘역에서 1㎞ 떨어진 지점에서 두 번째 폭발 시간차를 두고 일어났다. 첫 번째 폭발 때 현장에 도착해 부상자 응급조치 등을 하던 구조대원 3명도 이 폭발로 숨졌다.

익명의 소식통은 "폭발물이 담긴 가방 2개가 원격 조종으로 폭발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국민적 추앙을 받았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기일에 맞춘 추모식인데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국면이 겹쳐 순교자 묘역으로 수만명의 추모객 행렬이 이어진 탓에 인명피해 규모가 커졌다.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추모식서 폭발사고[AFP/이란 프레스=연합뉴스]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추모식서 폭발사고[AFP/이란 프레스=연합뉴스]

폭발물이 터진 도로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묘지를 참배하려는 시민으로 빽빽했다.

케르만 지역 의료진은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인명피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벌어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란 솔레이마니 추모식 폭발 사고 현장[EPA=연합뉴스]
이란 솔레이마니 추모식 폭발 사고 현장[EPA=연합뉴스]

케르만주 부지사는 언론에 "2건의 폭발은 테러 공격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이번 폭탄 공격은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려는 여러 음모의 연장선에 있다"며 "범인들에게 곧 강력한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 사법부 수장은 "솔레이마니 장군에 원한을 품은, 세계의 '오만한 세력'의 지원을 받는 테러 분자들이 우리나라를 불안케 하려는 다양한 음모를 좌절당하자 이란 국민에 대한 복수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1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드론 공습 이후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숨졌다[AP 캡처]
2020년 1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드론 공습 이후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가 숨졌다[AP 캡처]

그러면서 범인들과 공모자를 신속히 추적해 기소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란 언론과 지도부가 언급하는 '오만한 세력'이란 미국과 이스라엘을 뜻한다.

이스라엘군이 공습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하마스 사무실[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스라엘군이 공습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하마스 사무실[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란 정부는 4일을 애도일로 선포하고 전국적으로 추모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4일 사고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끌던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2020년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나오다 미군의 드론 폭격에 암살됐다.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장성 라지 무사비(왼쪽)[타스님뉴스/AFP 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장성 라지 무사비(왼쪽)[타스님뉴스/AFP 연합뉴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쟁 중인 가운데 솔레이마니의 측근이었던 혁명수비대 장성 라지 무사비도 이스라엘 공격에 사망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 사령관이었던 가셈 솔레이마니 4주기 추모식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이 "테러 공격"으로 보인다면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2015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준동하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소탕전 그래픽[연합뉴스]
2015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준동하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소탕전 그래픽[연합뉴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3일(현지시간) 온라인 대언론 브리핑에서 "그것은 테러 공격이자, 우리가 과거에 보았던 IS의 행동 양태로 보인다"며 "이것이 현재 우리의 추정"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주축인 시아파와는 경쟁 관계에 있는 수니파 계열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는 2014년 국가 수립을 선포하며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을 통제했다.

이슬람국가(IS)의 충성 맹서식[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슬람국가(IS)의 충성 맹서식[연합뉴스 자료 사진]

IS는 2019년 3월 미국 등이 후원하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와 이라크군에 의해 패퇴했지만, 이후에도 게릴라식 전술로 민간인과 정부군 등을 공격하고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번 일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없다"며 "그와 반대되는 어떤 추정도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폭발과 연계됐다고 믿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이스라엘과 연관됐다고 볼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원문 참고: https://www.wsj.com/world/middle-east/iran-explosion-qassem-soleimani-ceremony-85da109d?mod=hp_lead_pos7

https://edition.cnn.com/2024/01/03/middleeast/iran-explosions-soleimani-ceremony-intl/index.html

https://www.reuters.com/world/middle-east/iran-media-report-explosion-near-guards-commander-soleimanis-tomb-anniversary-2024-01-03/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4-01-03/iran-explosions-at-soleimani-grave-kill-more-than-100-and-stoke-mideast-tensions?srnd=premium-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