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식[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모식[EPA=연합뉴스]

사망자만 100명 이상을 낸 3일(현지시간) 이란의 폭탄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연합뉴스는 4일(현지시간)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4주기 추모식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탄 테러 배후에 IS가 있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추모식 폭발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AP=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추모식 폭발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AP=연합뉴스]

외신은 또 미국이 드론을 이용해 이라크서 활동 중인 친(親)이란 민병대 수장을 제거했다고 전했다.

IS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IS 자체 선전매체 아마크를 인용해 두 명의 IS 대원이 폭발물 조끼를 입고 범행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사건 직후 이란에서는 원격 조종 폭발물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으나, 이날 IRNA는 폭발의 충격으로 크게 훼손된 시신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자살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니와 가셈 솔레이마니 사진을 든 지지자[게티이미지 제공]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니와 가셈 솔레이마니 사진을 든 지지자[게티이미지 제공]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 소통 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IS가 이란 공격 배후를 자처한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극단주의 수니파 테러 조직 IS는 이슬람 시아파를 이단으로 간주하는 탓에 '시아파 맹주' 이란에 적대적이다.

2017년 6월에는 이란 테헤란의 의회(마즐리스) 의원회관과 이맘 호메이니 영묘에 침입, 총격을 가해 민간인 18명을 살해하는 대규모 테러를 벌여 이란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국제테러단체로 국가까지 참칭한 이슬람국가(IS)[연합뉴스 자료 사진]
국제테러단체로 국가까지 참칭한 이슬람국가(IS)[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란 역시 IS에 한정해서 보면 미국과 마찬가지로 극단주의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중동 내 IS 소탕 작전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중심으로 보면 IS와 이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IS는 같은 수니파 계열의 무장정파 하마스에 우호적이고, 이란은 하마스의 가장 큰 후원 세력 중 하나다.

하마스 대원[WSJ 캡처]
하마스 대원[WSJ 캡처]

이런 복잡한 관계를 의식한 듯 IS는 이날 성명에서 하마스를 향해 "시아파 단체와 협력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전쟁 국면에서 이란, 헤즈볼라 등 시아파 진영의 후원을 받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IS는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종교 전쟁'으로 칭하며 "이슬람의 사자들이여, 미국과 유럽과 세계의 거리에서 유대인과 기독교인, 그리고 그들의 동맹으로부터 먹잇감을 사냥하라"고 공격을 촉구했다.

이어 "어려운 목표보다 쉬운 목표를 먼저 달성하고자 노력해야 하며 군대보다 시민을, 다른 것보다 회당과 교회 같은 종교적 목표물을 먼저 공격해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이슬람국가(IS)의 충성 맹서식[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슬람국가(IS)의 충성 맹서식[연합뉴스 자료 사진]

IS의 세력이 2014∼2016년 전성기에 비해선 현격히 축소됐지만 그 잔당 세력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도 내비친 셈이다.

폭탄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IS는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조직이다.

요르단 출신의 살라피주의(이슬람 근본주의)자가 만든 수니파 극단조직에 뿌리를 둔 IS는 2000년대 초 알카에다 이라크지부로 활동하며 세력을 확장했고 2006년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로 이름을 바꾸며 국가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중 봉기인 '아랍의 봄'에 따른 각국 중앙정부의 약화와 혼란을 틈타 세력을 키웠고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칼리프 국가(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설립을 선언했다.

이슬람국가(IS) 깃발[연합뉴스TV 제공]
이슬람국가(IS) 깃발[연합뉴스TV 제공]

IS는 잇단 테러로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자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은 격퇴전을 벌여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의 점령지를 잇따라 탈환했다. 결국 미국 정부가 2019년 3월 지도상에서 IS를 모두 지웠다고 선언했지만 근거지를 상실한 IS는 게릴라 전술로 재건을 모색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IS는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테러를 일삼으며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회복하는 데 공을 들였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란의 케르만시[Bloomberg 캡처]
폭발사고가 발생한 이란의 케르만시[Bloomberg 캡처]

특히 이란에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인명피해를 초래한 공격으로 알려진 이번 폭탄 테러는 IS가 다시 존재감을 과시한 무대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안보 컨설팅기업 수판그룹의 테러 전문가 콜린 클라크는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을 테러 배후로 추정했다.

'호라산'은 이란 동부, 중앙아시아, 아프간, 파키스탄을 아우르는 옛 지명이다.

클라크는 "ISIS-K가 그동안 이란 내 목표물 공격에 대한 의도와 능력을 모두 보여줬다"며 "ISIS-K는 이란을 공격하기를 원한다. 이란은 가장 중요한 시아파 세력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2015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준동하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소탕전 그래픽[연합뉴스]
2015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준동하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소탕전 그래픽[연합뉴스]

그러면서 이란 주도의 이슬람 시아파 확장에서 상징적 존재인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추모식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ISIS-K의 테러 방식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전문가 애런 젤린도 로이터 통신에 ISIS-K가 이번 테러를 벌였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친(親)이란 민병대 지도자를 제거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미 공격으로 살해된 친이란 민병대 수장 사진[EPA=연합뉴스]
미 공격으로 살해된 친이란 민병대 수장 사진[EPA=연합뉴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군은 이라크 현지시간으로 낮 12시 민병대 하카라트 알누자바의 리더인 무쉬타크 자와드 카짐 알자와리를 상대로 필요하고 비례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부 타크와로도 알려진 그는 미국인에 대한 공격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말했다.

정찰비행 중인 미 공군의 고고도 정찰드론 '글로벌호크'[노스럽 그루먼 인터넷 홈피 캡처]
정찰비행 중인 미 공군의 고고도 정찰드론 '글로벌호크'[노스럽 그루먼 인터넷 홈피 캡처]

그는 "이번 공격으로 다른 하카라트 알누자바 멤버 한 명도 사망했다"면서 "이번 공격은 방어적 성격의 타격이며 다친 시민이나 피해를 본 건물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이라크 경찰 등은 드론 한 대가 두발의 로켓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부에 위치한 민병대 본부에 발사했다고 밝혔다.

로켓들은 민병대 본부 단지 내 차량에 명중됐으며 무쉬타크 자와드 카짐 알자와리와 그의 보좌관 등을 포함해 4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 공군의 무장 드론 '리퍼'[미 공군 제공. 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 공군의 무장 드론 '리퍼'[미 공군 제공. 연합뉴스 자료 사진]

민병대 사령관인 아부 아킬 알무사위는 공습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며 "우리는 보복할 것이며 미국인들이 이번 공격을 후회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라크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부당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험한 행위로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미국이 이끄는 국제연합군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문 참고: https://www.nytimes.com/2024/01/04/world/middleeast/us-isis-iran-general-suleimani.html

https://www.wsj.com/world/middle-east/iran-vows-revenge-over-deadly-bomb-attack-at-soleimani-memorial-523e4f3f?mod=hp_lead_pos9

https://edition.cnn.com/2024/01/04/middleeast/iran-islamic-state-attack-kerman-intl/index.html

https://www.reuters.com/world/middle-east/iran-vows-revenge-after-biggest-attack-since-1979-revolution-202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