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의 최후 이야기를 계속한다.  

파이돈 : 우리가 감옥에 들어가서 보니, 소크라테스께서는 방금 사슬에서 풀려나셨고,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가 어린 아이를 보듬고 그분 옆에 앉아 있더군요. 크산티페는 우리를 보자 울부짖으며, 여인들이 할 법한 그런 이야기를 늘어 놓았어요. 

“여보! 소크라테스, 당신 친구들이 당신에게 말을 걸고 당신이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그러자 소크라테스 선생께서 크리톤을 보며 말했어요.
 
“크리톤, 누가 우리 집사람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게 좋겠어.”  

이윽고 크리톤의 하인 몇 사람이 고함을 지르고 가슴을 쳐대는 그녀를 데리고 나갔어요.  그 사이에 소크라테스 선생은 침상에 똑바로 앉아 무릎을 구부리고 손으로 다리를 주무르셨어요.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여보게들, 사람들이 쾌감이라고 부르는 감정은 참 이상하기도 하지! 쾌감은 그와 정반대인 고통과 놀랍도록 밀접하게 연관되니 말일세.
  한 사람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느낄 수는 없어. 하지만 누가 둘(쾌감과 고통)중 하나를 쫓아가 잡으면, 그는 거의 언제나 다른 것도 잡게 되지.
그것들은 마치 같은 머리에 달린 두 몸과도 같아. 그래서 만약 아이소포스(우화 작가 이솝의 그리스어)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아마도 이런 우화를 지어냈을 거야. 즉 신께서 늘 다투는 그 둘을 화해시키려 했지만 그럴 수 없자 둘의 머리를 함께 매었다고, 그래서 둘 중 하나가 나타나는 곳에는 반드시 다른 것도 뒤따라 나타난다고 말일세. 나에게도 똑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네. 나는 족쇄 때문에 다리가 아팠는데, 그 결과 지금은 쾌감이 나를 찾아 온 것 같으니 말일세”

그러자 케베스가 끼어들었어요. 

“소크라테스 선생님,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마침 생각나는 게 있어요. 이틀 전에 에우에노스가 저에게 묻더군요. 평소 시라고는 짓지 않던 선생님께서 감옥에 들어오신 뒤로는 무슨 생각으로  아이소포스의 우화들을 운문으로 고쳐쓰고 아폴론에게 찬가를 지어 바치는 등 시 쓰기 활동을 하시냐고 말이어요. 선생님, 제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말씀 해 주세요.”  

그러자 소크라테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케베스, 그에게 사실대로 말하게. 내가 시를 지은 것은 그(아이소포스)나 그의 시와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종의 꿈이 시를 지으라고 명령한 것이네. 즉 꿈에서 “소크라테스, 시가(詩歌)를 짓는 일에 힘쓰도록 하라”고 명령했네. 철학이야 말로 가장 위대한 시가이고 내가 하던 일은 철학이니, 나는 꿈이 시키는 대로 그 신성한 임무를 완수하기 전까지는 이승을 떠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네. 그래서 나는 이번 축제의 주인이신 신을 기리기 위해 찬가를 지었다네. 그리고 신에게 찬가를 지어바치고 난 후에 나는 진정한 시인이 되려는 자는 담론(談論)보다는 이야기를 지어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나는 원래 이야기꾼이 아닌 지라 마침 내가 갖고 있고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이용했다네. 맨 먼저 아이소포스의 우화들을 운문으로 고쳐썼네. 

그러니 케베스, 에우에노스에게 그렇게 전하게나. 그리고 그에게 안부전하면서 그가 지혜롭다면 속히 내 뒤를 따르라고 말해주게. 나는 아마 오늘 떠날 것 같네. 아네네인들이 그렇게 명령하니까.”

이러자 심미아스가 말했어요. 

“소크라테스 선생님, 어째서 에우에노스에게 그러라고 권하시는 거에요?
 나는 그를 여러 번 만났는데, 그는 선생님의 권고를 자발적으로 따를 위인이 아니어요.” 

소크라테스 : “왜 그렇지? 에우에노스는 철학자가 아닌가?” 

심미아스 :   “나는 그가 철학자라고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 : “그러면 에우에노스는 물론이고 진심으로 철학에 전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발적으로 내가 권하는대로 할 것이네. 
하지만 그는 자살하지는 않을 거야. 사람들이 말하기를 자살은 옳지 못하다고 하니까.” 

말을 마친 소크라테스는 두 다리를 땅바닥에 내리시더니 담론이 계속되는 동안 그런 자세로 앉아 있었다.     

사진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책 표지 

​( 참고문헌 )

o 플라톤 지음·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 숲, 2017, p 117-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