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bhc가 치킨 가격을 올리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대표 국민 간식이던 치킨이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3만원이 넘는 비싼 음식이 됐기 때문이다. 

bhc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치킨을 포함한 85개 제품의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했다. 구체적으로 뿌링클·맛초킹·양념치킨은 1만8000원→2만1000원, 후라이드치킨·골드킹 1만7000원→2만원, 바삭클 1만6000원→1만8000원으로 올랐다. 부분육 메뉴도 품목별로 1000~3000원 인상됐다. 인상률로 따지면 평균 12.4% 수준이다.

bhc는 주문 중개·배달 수수료와 인건비·임대료, 원부자재 가격 등으로 가맹점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맹점주들이 가격 인상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체 치킨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2억7900만원으로, 직전년도 3억1000만원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맹점주들의 수익이 감소한 만큼 bhc가 밝힌 인상 명분은 타당한 듯 보인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의 수익이 감소한 원인이 주문 중개·배달 수수료나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bhc 측이 말한 외부 요인에만 있는 것인지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앞서 bhc는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자체 튀김유인 '고올레인상 해바라기씨유'의 가격을 약 24% 낮춘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사 측은 해바라기유 원재료의 국제 시세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어서 이를 공급가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름은 치킨 원가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맹점 수익이 악화해 가격을 올린다는 bhc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 bhc는 가격 인상을 진행하면서 가맹점에 납품하는 원부자재의 공급가도 인상했다. 본사 가맹지원팀이 가맹점에 보낸 주요 품목 가격 인상 안내문에 따르면 순살바삭클 등 원재료 13.8%, 후라이드 베타믹스 등 파우더 21.5%, 골드킹 등 소스 8.7%, 케이준 양념감자 등 사이드 메뉴 12.7%, 포장재 49.3%의 인상이 명시돼 있다. 이들 주요 5개 품목의 평균 인상률은 21.2%나 된다. 제품 가격은 12%가량 올랐지만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할 원부자재 구입 비용은 거의 2배가량 늘어난 셈.

진정으로 가맹점을 생각했다면, 가맹점과의 거래에서 물류 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bhc 본사가 30%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맹점과의 상생을 외치지만 실제 행보는 그렇지 못한 bhc의 이중적인 행태가 이번 가격 인상의 뒷맛이 썩 개운하지 않은 이유다. 

업계에서는 bhc의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치킨을 외면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가격 인상 이후 소비자는 프랜차이즈 대비 저렴한 대형마트나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치킨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 치킨업계에 전례 없는 위기가 찾아온 가운데,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 1위인 bhc의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말뿐만이 아닌 모범적인 고통 분담 사례를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