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와 친구 제자들 간의 대화를 매우 길게 이야기한다.  대화는 주로 영혼과 육신의 관계, 영혼 불멸설 등인데 내용이 너무 어려워 생략하고(플라톤 지음·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 숲, 2017, p 121-244), 혼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말씀만 정리한다. (위 책, p 244-245)

“혼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우리 혼과 그 거처가 실제로 그와 같거나 비슷하리라고 믿는 것은 적절하고도 가치있는 모험이라고 생각하네. ... 그러기 때문에 이런 사람은 자신의 혼에 대해 안심할 수 있다네. 생전에 몸의 쾌락과 장식은 이롭기보다는 해롭다 여겨 자신과 무관한 것으로 거부하고, 배우는 즐거움에 열중함으로써 자신의 혼은 남에게 빌려온 장식물이 아니라 절제, 정의, 용기, 자유, 진리 같은 혼 자체의 장식물로 장식한 다음 운명이 부르면 언제든 저승으로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 말일세. 
심미아스와 케베스와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이여! 자네들도 앞으로 언젠가는 저마다 저승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겠지. 하지만 나는 지금, 비극의 등장인물이 쓸 법한 말투를 빌리자면, 운명의 부름을 받고 있네. 
내가 목욕할 시간이 된 것 같다는 말일세. 여인들이 내 시신을 씻기는 수고를 하지 않도록, 독약을 마시기 전에 스스로 목욕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그분의 말씀이 끝나자, 크리톤께서 말씀하셨어요.

”좋아, 소크라테스! 자네의 아이들과 남은 다른 것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들이나 나에게 일러두고 싶은 말은 없는가? 우리가 무엇을 해주어야 자네에게 최대한 봉사하는 것이 되겠나?” 
그분께서 말씀하셨어요.

“크리톤, 내가 늘 말하던 대로 해주게. 그것은 새로운 것이 아닐세. 말하자면 만약 자네들이 자신을 돌본다면, 자네들의 행위는 무엇이든 나와 내 가족과 자네들 자신을 위한 봉사가 될 것이네. 설령 자네들이 지금 약속하지 않더라도 말일세. 그러나 만액 자네들이 저신을 돌보지 않고, 우리가 방금도 말했고, 전에도 말했던 길을 따라 살고자 하지 않는다면, 자네들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네.”   

이어서 크리톤께서 말씀하셨지요.

”우리는 꼭 자네가 말한대로 할 것이네. 그건 그렇고 우리가 자네를 어떻게 묻어주면 좋겠는가? ”

“자네들 좋을 대로 하게나. 만약 자네들에게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자네들이 나를 붙잡아 둘 수 있다면 말일세.”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조용히 웃더니 우리 쪽을 향해 말씀을 이
으셨어요. 

“여보게들, 나는 지금 자네들과 대화하며 논의하는 것들을 조목조목 따리고 있는 소크라테스가 바로 나라고 크리톤을 설득할 수가 없네. 그는 잠시 뒤 자기가 시신으로 보게 될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고는, 나를 어떻게 묻어줄까 묻고 있을니 말일세.
내가 독약을 마신 뒤에는 더 이상 자네들 곁에 머무르지 않고 축복받는 자들의 행복한 나라로 떠날 것이라고 길게 설명했건만, 그는 그것을 자네들과 나 자신을 격려하기 위한 실없는 말쯤으로 여기는 것 같구만.
 
그러니 자네들이 날 위해 크리톤에게 보증을 서게. 이 보증은 재판받을 때 그가 나를 위해 배심원들에게 서준 것과는 반대되는 것일세. 크리톤은 내가 머물 것이라고 보증을 섰지만, 자네들은 내가 죽고 나면 머물지 않고 떠나갈 것이라고 보증을 서주게.
 그가 내 죽음을 더 쉽게 견더낼 수 있도록, 그리고 내 몸이 불타거나 묻히는 것을 보고는 마치 내게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나 한 것처럼 나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장례식 때 그가 입관준비를 하거나 운구하거나 매장하는 것이 소크라테스라는 말을 하지 않도록 말일세.  
친애하는 크리톤, 잘 알아두게. 잘못된 표현은 그 자체도 귀에 거슬리지만 혼에 나쁜 영향을 준다네. 그러니 자네는 기운을 차리고 자네가 화장하는 것은 내 몸뿐이라고 말하게. 그리고 그것을 자네 좋을 대로, 자네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묻어주게.”

그분(소크라테스)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일어서서 목욕하러 다른 방으로 가셨어요. 그러자 크리톤께서 우리더러 기다리라고 하더니 그분을 따라가셨지요. (위 책, p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