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는 4·10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친명계' 공천 밀어주기가 사실상 노골화 되고 있다.

이들 친명계 공천 밀기가 그야말로 가관이다. 이달 23일 대표 친명계인 이수진 의원은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지 단 하루 만에 돌연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곳 성남중원엔 어떠한 연고도 없다. 이는 최근 성희롱 논란을 빚은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자 이 의원을 대신 투입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는 윤 의원을 겨냥해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며,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당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출마의 당위성을 "이재명 대표의 심장을 뺏길 수 없다는 절박함에 호소드린다"고 내세웠다.

또 다른 친명계인 양이원영 의원 역시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런데 출마 지역은 자당의 비명계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이다. 그는 양 의원을 향해 "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왜 가결표를 던졌냐,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정치인, 전형적인 토호 정치인”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자당 의원을 향한 양이원영 의원의 이같은 독설은 같은 당 동료라고는 믿기 힘든 상황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기자회견 말미에 "자신은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했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친명계는 당내 친문(친문재인)계 때리기에도 손을 걷어부쳤다.

이재명 대표 측근인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은 이달 20일 “국민이 제대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혁신이 절실하다”면서 노영민·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 의원에게 총선 불출마를 강력 촉구했다. 친문계 인사들이 선거에 출마하면 ‘윤석열 대 문재인’ 대결 구도가 형성돼 현정부심판론의 동력이 추락할 수 있다는 게 친명계가 내세우는 이유다.

이재명 대표는 테러를 당한 뒤 이달 17일 당무에 복귀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혁신적인 공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현재 당 내의 상황은 그 발언과는 정반대다. 비명계를 향한 친명계 ‘자객 공천’ 시비와 친문계 공격으로 통합은커녕 당내 분란만 불거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입으로는 ‘공정한 공천’을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현실엔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사들을 내리꽂는 친명 공천을 자행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비명계는 물론 친문계 의원들을 향한 압박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대다수의 권리당원들이 이재명 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이다 보니 당내에선 권리당원들에게 한번 찍히면 사실상 공천은 물건너 간 것이란 말들이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를 보더라도 민주당은 공당(公黨)이 아닌 사당(私黨)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보니 총선 후보를 뽑는 것이 비전이나 도덕성이 좌우하는 것이 아닌 당의 대표와 얼마나 가까운지가 공천의 잣대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서민들은 겨울나기가 그 어느 시기보다 매섭다. 설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민생은 뒷전 당 대표와의 인연을 앞세워 공천만 바라보는 인사들로 차고 넘친다. 정작 주인인 각 지역에 있는 유권자들은 그들에겐 안중에도 없다. 민주당이 공당으로서 거듭나려 한다면 이런 인사들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그렇지않고 지금과 같은 행태의 공천이 이어진다면 결국 유권자들이 그들을 걸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