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파이돈과 에케크라테스와의 대담은 이제 막바지에 이른다. 
그러면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장면을 살펴보자.  
 
「소크라테스 선생께서는 일어서서 목욕하러 다른 방으로 가셨어요. 그러자 크리톤께서 우리더러 기다리라고 하더니 그분을 따라가셨지요.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논의된 것에 관해 서로 대화하고 검토하다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재앙이 닥쳤는지에 대하여 주고받았어요. 우리는 말 그대로 아버지를 여의고 여생을 고아로 살아야 하는 것처럼 느꼈으니까요. 그 사이 그분께서 목욕을 끝내자, 그분의 아이들이 그분 곁으로 안내되었어요. 그분에게는 어린 아들 두 명과 큰아들 한 명이 있었지요. 그리고 그분 집안의 여자 분들도 도착했어요. 그 분께서는 크리톤 곁에서 그들과 대화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지시한다음 여자들과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우리 곁으로 돌아오셨지요. 어느새 일몰시간이 다 되었더군요. 

이윽고 그분께서 목욕을 다 끝내고 우리 곁에 앉아서 잠시 대화를 나눌 때 옥졸(獄卒)이 와서 그분 곁에 서더니 말했어요.

“소크라테스 선생님, (전략) 선생님께선 내가 무슨 말을 전하러 왔는지 아시겠지요. 부디 편히 가시고, 피할 수 없는 것은 되도록 편안히 참고 견디도록 하세요.”

옥졸은 이렇게 말하고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서 가버렸어요. 

소크라테스 선생님께서는 그를 바라보며 말씀하셨지요.

“자네도 잘 있게. 우리는 자네가 시키는 대로 할 것이네.”

그리고 우리를 향해 말씀을 이으셨어요. 

“얼마나 예의바른 사람인가! 지금도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지 않는가! 크리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세.”

그러자 크리톤께서 말씀하셨어요.   

“소크라테스, 아직 해가 지지 않고 아마 산 위에 걸려 있을 거야. 다른 이들은 통고받은 뒤 실컷 먹고 마시며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기다가 한참 뒤 독약을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네. 서두를 것 없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그러자 소크라테스 선생께서 말씀하셨어요.

“크리톤, 자네가 말하는 사람들이 그러는 것은 당연하지. 그들은 그럼으로서 덕을 본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내가 그렇지 않는 것도 당연하기는 마찬가지야. 나는 독약을 조금 늦게 마신다고 하여 덕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 이제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데 만약 삶에 집착하여 목숨을 아낀다면, 나는 내 눈에도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걸세. 자, 거절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나!” 

이 말을 듣고 크리톤께서 옆에 서 있던 노예에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노예는 밖으로 나가더니 한참 있다가 독약을 건넬 사람을 데리고 돌아 왔는데 그 사람은 찧어 놓은 독약을 잔에 담아 가져 왔어요. 

소크라테스 선생께서 그 사람을 보고 말씀하셨지요.

“좋았어, 여보게, 자네는 이런 일을 잘 알텐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하오?”

그 사람이 말했지요. “마시고 나서 다리가 무겁다고 느껴질 때까지 이리저리 거닐다 누우시면 돼요. 그러면 약 기운이 돌 거예요”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소크라테스 선생님께 잔을 건넸어요. 

에케크라테스! (파이돈은 모처럼 대담자인 예케크라테스 이름을 부른다) 그분께서는 떨기는커녕 안색이나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하고 침착하게 잔을 받으시더니 여느 때처럼 눈을 크게 뜨고 그 사람을 쳐다보고 말씀하셨지요.

“이 독약 가운데 일부를 누군가에게 헌주하면 자네는 뭐라고 할텐가? 
그것이 허용되는가, 허용되지 않는가?”       

“소크라테스 선생님, 우리는 마시기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분량 만큼만 
 준비한답니다.”  

“알겠네.”하고 그분께서 말씀하셨어요. “그러나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내 여정에 행운이 함께하게 해달라고 신들에게 기도하는 것은 허용되겠지. 아니, 기도해야겠지. 그것이 내 기도이며, 부디 내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   

(참고문헌) 

o 플라톤 지음·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 숲, 2017, p 247-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