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이제 소크라테스 죽음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내 여정에 행운이 함께하게 하기를 신들에게 기도하오니, 부디 내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소크라테스 선생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 잔을 입에 대고 태연하고 침착하게 잔을 비우셨어요. 우리는 대부분 그런대로 눈물을 참을 수 있었지만, 그분께서 독약을 마시는 것을, 그리고 마신 것을 보자 더는 눈물을 억누를 수가 없었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억수 같이 내려 얼굴을 감싸고 비통하게 울었어요. 그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동반자를 잃은 나 자신의 불운을 위해서. 한편 크리톤께서는 눈물을 억제 할 수가 없어 나보다 먼저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버리셨어요. 그리고 조금 전에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폴로도로스는 아예 울부짖고 통곡하여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어요. 소크라테스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그러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여보게들, 이게 무슨 짓들인가! 내가 여자들을 돌려보낸 것은 무엇보다도 이런 꼴 사나운 짓을 막기 위해서였는데. 나는 사람이 조용히 최후를 맞아야 한다고 들었네. 자, 조용히들 하고 기운을 차리게!” 

이 말씀을 듣고 우리는 창피해서 눈물을 삼켰어요. 그분께서는 이리저리 돌아다니시더니 두 다리가 무겁다고 말씀하시고는 등을 대고 누우셨어요. 그분께 독약을 건넸던 그 사람이 그러라고 지시했으니까요. 그러자 그 사람이 그분의 몸을 만져보다가 조금 뒤 그분의 두 발과 두 손을 살펴보더니 그분의 한쪽 발을 세게 꼬집으며 감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분께서는 감각이 없다고 말씀하시자, 그 사람이 이번에는 그분의 두 다리를 꼬집었어요.
그런 식으로 점점 위쪽으로 올라가며 그분 몸이 식어서 굳어가고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지요. 그리고 계속 그분을 만지면서, 냉기가 심장에 이르면 그때는 그분께서 세상을 떠나실 것이라고 하더군요.  

냉기가 어느새 허리 있는데 까지 올라오자 그분께서는 자신의 얼굴을  덮은 것을 벗기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이 사실상 그분의 마지막 말씀이었어요.

“크리톤, 우리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수탉 한 마리를 빚지고 있네. 잊지 말고 기억해두었다가 그분께 빚진 것을 꼭 갚도록 하게.”  

크리톤은 “그러겠네.”하고 말씀하셨어요.

아스클레피오스는 고대 그리스 의술과 치료의 신이다, 그는 아폴로(Apollo)와 코로니스(Coronis)의 아들인데, 코로니스가 이스키스(Ischys)와 부정을 저질렀다는 까마귀의 말에 속아 아폴로는 코로니스를 죽이는데, 나중에 자신의 잘못을 알고 후회와 분노에 휩싸여 까마귀를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바꾸어 버린 다음, 죽은 코로니스의 몸에 잉태되어 있던 아이를 꺼내어 살렸다. 이 아이가 바로 아스클레피오스다.
아폴로는 현자 켄타우로스 케이론에게 아이를 키우게 하였고, 케이론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의술을 가르쳐 죽은 자까지 살려낼 수 있게 만들었다.

한편 닭은 흔히 병에서 회복되었을 때 감사의 뜻으로 바치는 제물이었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유언이 제의(祭儀)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이어서 크리톤이 말씀 하셨어요.
“그 밖에 달리 할 말이 있는지 살펴보게!”

그분께서는 이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으나, 잠시 뒤 몸을 부르르 떠셨어요. 그 사람이 그분을 덮는 것을 걷자 그분의 두 눈이 멈추어 있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본 크리톤께서 그분의 입을 다물게 해주고는 두 눈을 감겨드렸어요.

에케크라테스, 그분께서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했어요. 
그분께서는 우리가 겪어본 우리 시대 인물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가장 지혜로우며 가장 정의로운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플라톤 지음·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크리톤/파이돈, 숲, 2017, p 250-252) 

사진=김세곤 제공
사진=김세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