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달러 패권만큼이나 1백년 넘게 전세계를 주물러 왔기 때문이다.

 그 뉴욕, 특히 맨해턴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계 종사자의 채용 규모가  지난해 뉴욕을 제쳤다. 주별 금융계 종사자 채용 규모 추이. 자료=美노동부, 블룸버그통신
  금융계 종사자의 채용 규모가  지난해 뉴욕을 제쳤다. 주별 금융계 종사자 채용 규모 추이. 자료=美노동부, 블룸버그통신

 맨해턴을 위협하는 곳은 다름아닌 텍사스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본사를 텍사스로 이전하면서 텍사스가 주목받게 된 것을 다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글로벌 최대 투자은행인 J P 모건체이스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소리 소문없이 금융사업의 중심을 넥사스로 옮기고 있다. 

 예컨대 J P 모건체이스를 보자.

 본부는 맨해턴에 있다. 하지만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댈러스 교외의 플라노에 채용한 인력은 10여년간 꾸준히 늘려 현재 3만1500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맨해턴 본부보다 인력이 2500여명 많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 P 모건회장은 "텍사스주는 금융 분야의 붐이 일고 있다"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최신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많은 미국인들이 세율이 높은 캘리포니아주·뉴욕주 등을 떠나 플로리다주·텍사스주 등으로 이주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텍사스주의 금융계 종사자 수는 38만4900여명이다. 뉴욕주보다 많다는 게 야후파이낸스의 추산이다. 

 골드만삭스도 댈러스 다운다운 북쪽 지역에 2027년까지 본부 내지는 캠퍼스를 세울 계획이다. 그 지역에 이미 4000명의 금융 종사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1000명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골드만삭스의 빅키 텅 글로벌 인사담당소장은 "댈러스는 자신감이 차 있고 프런티어 정신, 즉 이노베이션과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정신이 투절하다"며 극찬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 뿐만 아니라 텍사스 이주 행렬에는 찰스 슈왑 증권사를 비롯해 많은 금융 관련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

 텍사스주가 뉴욕의 대를 잇는 우선 투자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텍사스주 기가 펄럭이는 코메리카은행 본부 전경. 사진=블룸버그통신
  텍사스주 기가 펄럭이는 코메리카은행 본부 전경. 사진=블룸버그통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세금이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지난해 인구 순유출이 가장 많은 곳은 캘리포니아주(34만3239명 감소)였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뉴욕주(-29만9557명), 일리노이주(-14만1656명), 뉴저지주(-6만4231명), 매사추세츠(-5만7292명) 등 순으로 인구 감소폭이 컸다.

 인구가 줄어든 캘리포니아·뉴욕·일리노이 등 인구가 많이 빠져나간 상위 5개주의 실효세율은 11.5~15.9%로 인구가 늘어난 상위 5개주(7.6~9.9%)보다 높다. 

 텍사스의 경우 개인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야후파이낸슨는 중간급 이하 직원들의 경우를 예로 들어 뉴욕(맨해튼)과 댈러스의 생활비를 비교했다.

 금융계 종사자들의 생활비를 비교하면 댈러스가 뉴욕 맨해튼의 55%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텍사주가 당장 뉴욕 금융 중심지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금융 관련 기업들이 뉴욕 LA등 법인이던 개인이던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곳을 떠나 조세 피난처에 가까운 텍사스주로 이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게 아닐까.

 한국도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 법인세율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