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나은 은행이 아닌 ‘새로운 은행’이 되고자 한다. 은행은 ‘원래 그럴 수밖에 없다’는 여러 고정관념에 대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 답을 찾고자 했다.”

지난 2021년 10월 5일,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스가 처음 문을 열 당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홍민택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토스뱅크의 준비법인부터 참여해 온 홍 대표는 3년 임기를 끝으로 토스뱅크를 떠날 예정이다. 어느덧 출범 3년 차에 접어든 은행권 ‘막내’ 토스뱅크는 그의 공언대로 ‘새로운 은행’이 됐을까.

토스뱅크는 현재까지 900만명 이상의 고객을 끌어모아 인터넷은행 선배격인 케이뱅크와 어깨를 겨누며 ‘천만 은행’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수신잔액은 23조6000억원, 여신잔액은 12조3500억원까지 커졌다. 총 9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규모는 1조9300억원에 이른다. 외형 성장에 힘입어 토스뱅크는 지난해 3분기 첫 분기 흑자를 낸데 이어 올해는 연간 흑자 전환도 자신하는 분위기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인터넷은행 후발주자라는 패널티를 극복하고 토스뱅크가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혁신성’과 ‘차별성’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시작부터 파격적인 금리 혜택을 앞세워 이목을 끄는데 성공한 토스뱅크는 이후로도 ‘매일 이자 받기’,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 등 기존 은행권의 관습을 깬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번번이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금융사별로 제각각인 환전 수수료 우대 정책에도 반기를 들고 나섰다. 토스뱅크는 기존 국내 금융사가 선보인 외환 서비스들의 근본적인 문제가 환전 수수료에 있다고 봤다. 이에 ‘팔 때도 평생 무료 환전’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외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으며 또 한 번 판을 흔들었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치열한 경쟁에 발을 담그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토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들은 보수적이고 몸이 무겁기로 유명한 전통 시중은행에 끊임없이 고민거리를 던지고 민첩하게 변화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다. 은행별로 많게는 20개 이상 중구난방 쏟아냈던 모바일 앱을 하나로 모은 것도, ‘원조’임에도 이용률이 저조해 구색 맞추기 식으로 판매를 이어오거나 폐기 수순에 들어갔던 모임통장을 재정비한 것도, 모바일·인터넷뱅킹의 타행 이체 수수료를 없앤 것도 인터넷은행이 촉발시킨 변화의 대표적 예시들이다.

시중은행 텃밭이던 주택담보대출 시장도 인터넷은행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한 비대면 갈아타기 수요가 인터넷은행으로 급격히 몰리고 있는 것인데,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금리 경쟁에 나서면서 전반적으로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은행권 내 분명한 ‘메기효과(미꾸라지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풀어놓으면 미꾸라지들의 움직임이 빨라져 어항 생태계의 생기가 높아지는 현상)’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인터넷은행에 대한 회의론과 무용론도 한결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이전까진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에 못지않은 디지털 금융 기반을 구축한 반면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과 차별되는 상품‧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오히려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장사에 치우친 수익구조로 기존 은행을 답습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메기 역할을 기대했으나 또 다른 미꾸라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었다.

실제 7년 전 출범 초기 잠깐 반짝였던 인터넷은행의 혁신성이 성장성과 반비례로 급속도로 무뎌졌던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은행 삼국시대가 탄탄히 자리를 잡아가면서 인터넷은행발 ‘메기효과’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이번에는 미풍에 그치지 말고 은행업권 내 신선한 돌풍을 계속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금융소비자들은 아직도 여전히 ‘새로운 은행’에 목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