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국내 유통 시장을 중국 이커머스가 휩쓰는 가운데, 국내 제조사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저가의 중국산 제품으로 인해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중국 플랫폼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알리익스프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테무가 순위에 올랐다. 

중국 이커머스가 빠르게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던 데엔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이들 업체에 따르면 중국 제조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직구 형태로 판매하고 있어 수입 업체가 판매할 때 발생하는 관세나 부가세 등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또 한국 국가통합인증마크(KC) 등을 받지 않아 한 번 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싼 값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고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는 좋을 수 있으나,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국내 제조사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외형이나 기술을 베껴서 만든 중국산 위조상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중국 이커머스로 인해 가격이 저렴한 위조상품이 본격적으로 판매될 경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산 위조상품으로 애꿎은 국내 브랜드의 이미지가 실추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시장이 중국 제품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업체들은 제품을 개발하고, 관세·부가세 등 세금을 내고, KC인증과 같은 까다로운 국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당연히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초저가 중국산 제품 탓에 시장 가격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 제품을 개발·발굴하고 이를 판매함으로써 얻는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산업부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기재부에서는 통관절차나 관세 등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중국 이커머스가 이제 막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 강화와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