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무노조 경영'을 폐기한 삼성전자가 창사 55년 만에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노조와 사측이 임금 협상을 진행 중에 있지만, 언제든 노조가 쟁의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 악재가 터진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달 29일 사측과 임금협상 교섭에 나섰다. 같은달 20일 진행된 임금협상이 일부 결렬돼 노조가 쟁의권 화보 절차에 나선 지 8일 만이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 관계사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단체로, 조합원은 1만7000여명 수준이다.

노조는 수차례 진행된 임금 협상에서 사측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6차 본교섭 이후 즉각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앞서 사측은 임금 기본 인상률 2.5%를 제시했고, 노조는 8.1%를 요구하는 중이다.

노사 분쟁을 조정하는 중노위는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접수하면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꾸려 10일간 노사 양측에 중재를 시도한다. 중노위 중재에도 불구하고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중노위는 '조정 중지'를 결정하게 된다.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오면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 노조 목소리 커지고 사법리스크 지속되고

삼성전자는 최근 대내외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적으로는 새로운 노조 출범으로 노사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 노조와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뭉쳐 총초합원 1만5000여명이 넘은 통합노조가 탄생했다. 이같은 노조의 출범으로 삼성전자의 노조리스크는 가중될 것으로 사료된다. 

외적으로는 해소되지 않은 사법리스크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지면서 '뉴삼성' 구축에 제동이 걸린 것이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길고 끈질겼던 사법 리스크를 벗어 던지고 경영 보폭을 넓힐 예정이던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졌다.

미래먹거리 발굴을 진두지휘해야 할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로 인해 장기간 해외 출장에 제한될 것으로 예상돼 M&A와 대규모 투자 등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외에도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반도체(DS) 부문에서만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위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조가 '잇속 챙기기'에만 몰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는 본래 임금 결정권을 가진 사측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새 몇몇 노조들의 행위는 단순 '잇속 챙기기'로 변질됐다. 사측과 노조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 이익보단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이제는 노조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