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중국산 게임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 부재를 틈타 국내 침투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 자칫 오랫동안 지켜온 안방을 ‘불편한 손님’인 중국에게 장기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인다.       

7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를 보면 10위권 내에 있는 중국 게임은 총 4개(버섯커 키우기, 라스트 워 : 서바이벌, WSO : 화이트 아웃 서바이벌, 붕괴: 스타레일)에 달한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도 어마어마하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방치형 게임 버섯커 키우기의 경우 올 2월 누적 매출은 1300억원으로, 이 중 매출의 66%가 한국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들이 흥행한 배경에는 시기적인 영향이 크다.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 신작 가뭄 현상에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이 용이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광고·마케팅 물량 공세가 더해지면서 대기 유저들의 이목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다만 그럼에도 중국산 양산형 게임들에 우리의 안방을 내준 것은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게임들이 특별한 게임성을 보여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방대한 볼륨과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는 RPG 붕괴: 스타레일을 제외하곤 대다수 중국산 게임들은 모방에 가까울 정도로 기존 게임들과 유사성이 크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더 깊게 들여다 보면 국산 MMORPG 혐오론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수익성이 높다는 이유로 지난 몇 년간 모바일 MMORPG에 주력해 왔지만, 출시 게임마다 숱한 악평을 들어왔다. 최근에 나온 레드랩게임즈의 ‘롬’ 또한 매출에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유저 평가에서는 양산형 MMO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다수 확인된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게임사들의 MMORPG 신작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게이머들 사이에선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가 읽힌다. 익숙한 확률형아이템에 과금을 해야 이기는 뻔하디 뻔한 P2W 구조로 나올 것이란 예상에서다.

이왕 MMORPG 장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게이머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를 게임 내에서 보여줘야 한다. 일부 장르적 차이는 있지만, 중국 RPG 게임의 퀄리티는 나날이 발전 중이라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호요버스가 제작한 붕괴: 스타레일의 경우 턴제 RPG라는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수준급 그래픽과 탄탄한 세계관으로 호평받고 있다. 오픈월드 RPG 게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원신은 국내뿐만 아니라 이미 글로벌 스테디셀러 게임으로 순항 중이다.

아울러 장르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제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됐기 때문이다. 센서타워는 전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지난해 RPG 매출은 10%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유저 선호도에서 RPG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3년은 국내 게임사들에게 있어 실적 악화 등 어려움이 많았던 시기로 평가된다. 2024년은 반전의 한 해가 돼야 한다. 올해는 국산 신작이 BM에 대한 이야기보다 새로운 게임성으로 주목받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