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수 ELS 피해자모임은 지난 1월 19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은행권의 ELS 불완전판매를 규탄하는 2차 집회를 열었다. / 사진=김은주 기자
홍콩 지수 ELS 피해자모임은 지난 1월 19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은행권의 ELS 불완전판매를 규탄하는 2차 집회를 열었다. / 사진=김은주 기자

금융당국으로부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고객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을 압박받고 있는 은행권의 시선이 오는 22일 열리는 우리은행 이사회에 쏠리고 있다. 이번 이사회에 자율배상 관련 안건을 부의할 예정으로, 판매사 중 가장 먼저 자율배상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제적으로 나선 우리은행의 결정을 보고 다른 은행도 뒤따를 전망이다. 더욱이 우리은행이 이어 하나은행도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자율배상을 논의키로 하면서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한 은행들의 부담은 한층 더 커지게 됐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2일 이사회를 통해 홍콩 ELS 만기 도래 일정과 손실 예상 규모 등을 보고하고, 자율배상에 관한 사항을 부의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자율배상 안건이 결의되면 홍콩 ELS 판매 은행 중 가장 먼저 자율배상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자율배율 배상에 나설 수 있는 건 다른 은행들에 비해 판매 규모가 월등히 적어 배상액 부담도 덜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홍콩 ELS 판매 규모는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이 7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뒤를 이어 신한은행(2조4000억원), NH농협은행(2조2000억원), 하나은행(2조원), SC제일은행(1조2000억원) 우리은행(400억원) 순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홍콩 ELS 분쟁조정기준안에는 은행의 경우 기본배상비율과 공통가중치를 반영해 25~50%의 판매자요인 배상비율이 결정됐다. 여기에 가산항목과 차감항목, 기타조정을 감안해 최종 배상비율이 산출된다. 이에 우리은행의 손실 배상액은 최대 1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반면 다른 은행들은 각각 많게는 1조원에서 수천억원을 물어줘야 할 판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별로 전수조사 결과가 모두 나와봐야 알겠지만 최종 배상비율은 약 30~40% 내외일 것”이라며 “따라서 자율배상 규모는 KB금융 7000~9000억원, 신한금융 3000억원 내외, 하나금융 2000억원 초반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조정안 수용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던 은행들은 우리은행의 발빠른 움직임에 더욱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조정안을 바탕으로 신속히 자율배상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배임 등 법률적 검토 등을 위해 최대한 시간을 벌긴 원했으나, 촉박해진 탓이다. 은행권 특성상 한 군데다가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다.

실제 다른 은행들도 자율배상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ELS 자율배상에 대한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손님 보호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21일 이사회를 앞둔 신한은행은 이사회 사무국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며 KB국민은행의 경우 현재 판매된 ELS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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